"폭행 피해 일관된 진술…정서적 억압 자체가 학대"

전창해·김형우 기자 = 청주에서 발생한 '축사노예' 사건과 관련, 경찰이 피의자 부부를 상대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은 피해자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의 일관된 진술과 정황을 토대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어,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일 고씨를 소 축사 쪽방에서 생활하게 하며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 등)로 농장주 김모(68)씨와 오모(62·여)씨 부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씨는 김씨 농장에서 '만득이'로 불리며 무려 19년간 최대 100여 마리의 소를 돌보는 중노동에 내몰렸다.

김씨 부부는 고씨에게 품삯을 한 푼도 주지 않고 축사를 운영, 큰돈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고씨가 어떤 연유로 이 농장에 오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김씨 부부가 그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집을 찾아주려는 의도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십 수년간 장애인인 고씨를 상대로 인권유린이 자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씨의 몸 곳곳에 난 상처를 토대로 김씨 부부의 학대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의 상처가 일반적인 상처와는 다른 폭행의 흔적으로 보이는 데다 19년간 치료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방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과 함께 조사에 나선 고용노동부 청주지청도 김씨 부부가 고씨를 상대로 폭행, 협박, 감금, 정신·신체적 구속을 자행한 것으로 보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고씨가 19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5년을 적용, 7천400만원의 임금이 미지급된 것으로 계산했다.

또 퇴직금 660만원도 미지급 임금에 포함했다.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형사상 책임을 모두 묻긴 어렵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범위를 산정, 최대한의 형사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고씨가 인신매매 형태로 김씨 농장에 온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한때 김씨 부부에 의해 다른 사람 명의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위법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죗값을 묻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울 뿐 "맞았다"는 고씨의 일관된 진술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종합하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이 경찰과 같은 판단을 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2014년에 있었던 '염전노예' 사건 당시 폭행 혐의가 입증된 피의자에 한해서만 구속 수사가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고씨 사건도 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김씨 부부 모두가 영어의 몸이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보통 일가족을 모두 구속 수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씨 부부가 자신들 외에 직접 생계를 책임진 가족이 없어 동시 구속 수감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에 대한 정서적 억압이 학대이자 감금으로 볼 수 있다"며 "더욱이 몸에 난 상처는 폭행의 흔적으로밖에 볼 수 없어 영장 신청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부부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오는 2일 오후 2시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고씨는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는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청주=연합뉴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