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난·사회정의 문제" 강조…"일 총영사, 비자 안 줄 수도" 압력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공간을 자청해 내놓은 호주 목사가 1일 일본 측이 어떤 압박을 가하더라도 자신의 소녀상 건립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인근 애시필드 연합교회의 빌 크루스(72) 목사는 1일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소녀상 건립은 여성의 수난과 학대,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라며 일본 측이 아무리 건립을 막으려 해도 소용없다는 단호한 뜻을 천명했다.

호주에서 널리 알려진 인권운동가인 크루스 목사는 소녀상을 교회 구역 안에 설치하겠다고 스스로 나섰으며, 약 1년 후 교회 구역에 소녀상이 들어설 예정이다.

크루스 목사의 공간 제공 소식이 알려진 뒤 주시드니 총영사관 등 일본 측은 교회뿐만 아니라 상급단체인 교단, 지역 당국인 카운슬(Council),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 등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훼방 작업을 펴는 중이다.

크루스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NSW주 존 아자카 다문화장관의 주선으로 함께 지난 28일 시드니 주재 일본 총영사관을 만났다며 호주와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크루스 목사는 "일본 총영사가 교회가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고 말했으나 나는 문제를 직시해 충분히 사과하고 극복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내가 일본을 좋아하며 방문하고 싶은데 일본 당국이 못 가게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자, 일본 총영사가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고 공개했다.

크루스 목사는 교단 고위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그들이 자신의 결정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일본 측의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루스 목사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밝혀진 "슬픈 이야기"라며 자신이 이 문제를 "사회 정의" 차원에서 보고 있으며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본 측에서 인종차별 반대법에 따라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하더라도 자신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이밖에 크루스 목사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한국에 한정된 게 아니라며 지난주 애들레이드를 방문,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93) 할머니를 만나 일본군 성노예로서 겪은 고통을 듣고 의지가 더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호주의 주요 언론인 공영 ABC 방송과 시드니모닝헤럴드의 기자가 나와 질문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크루스 목사는 노숙자와 가출 청소년 등 사회 취약계층을 돕는 '엑소더스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라디오 방송 진행도 하는 등 호주 기독교계에서 영향력이 큰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한편,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공동대표 박은덕 강병조)는 오는 6일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거행한다.

이 소녀상은 약 1년 후 애시필드 연합교회 공간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