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조농업 물꼬 터 농촌경제 일으켜야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화두는 ‘창조’다. 기계혁명인 1차 산업혁명, 대량생산과 정보기술(IT) 시대를 넘어 이제는 제조업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이 창조적으로 융합돼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창조란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흔히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하는데, 이는 노자(老子)의 ‘천하만물생어유 유생어무(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즉 ‘천하만물은 유(有)에서 생겨나지만 그 유는 무(無)에서 생겨난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진정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의 원천은 생명산업인 농업에도 있다. 농부가 뿌린 작은 씨앗이 흙과 비, 햇빛을 만나 희망의 바람으로 깨어난다. 이런 생명의 싹은 농부의 마음을 담아 힘차게 대지를 뚫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가장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농업이다. 농업은 창조이며, 변화 그 자체다.

그러나 근래 한국의 농업은 그 창조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농업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농가 소득은 정체돼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은 고령화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농사짓기 힘들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부족해 농업의 변화는 요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래 핵심 산업이자 성장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농업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는 없을까. 희망을 잃은 우리 농업·농촌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사람이 모이게 하는 것이다. 사람을 모이게 하기 위해선 함께 미래를 꿈꾸고 동감(同感)하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 시대에 농업 분야에서 이런 비전을 만드는 것이 ‘창조농업’이다. 창조농업은 농업인의 희망사항인 농가 소득 증가와 농촌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고, 힘들고 고된 낙후 산업으로 취급받는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손쉽고 행복한 첨단 미래농업으로 만들 수 있다.

정부도 스마트팜과 농업의 6차 산업화, 그리고 농식품의 수출 확대 정책을 통해 농업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으며, 창조농업을 통한 농업의 규모화·선진화에 많은 유관 기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 창조농업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창조농업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정거장이나 기차역 등 교통 수단을 타고 내리는 장소를 말한다.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승강장이 필요하듯이 농업의 고(高)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점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시대적 필요에 의해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가 설립됐다. 이 센터는 창조농업의 플랫폼으로서 창의적인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의 장(場)’, 열정으로 교류하는 ‘정보의 장’, 꿈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업의 장’이 될 것이다. 벤처농업인, 신지식농업인, 농업마이스터, 미래농업인 등 5만여 선도농업인이 정보를 교류하고, 농식품 부문의 아이디어와 사업 아이템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기술이 부족한 이들은 기술을 전수받고, 자금이 부족한 이들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를 제공받는 등 농협과 협력 기관이 보유한 각종 지원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이 창조농업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창조농업은 선도농업인의 창의와 열정, 농협과 협력 기관들의 화합으로 우리 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갈 것이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