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없지만 사고 여파 100여편 지연 운항…국토부 사고 원인 조사
랜딩 후 1㎞ 활주, 앞타이어 2개 모두 주저앉아 항공기 앞으로 쏠려


대한항공 항공기가 29일 제주공항에 착륙 중 앞바퀴 타이어가 파손돼 활주로가 한때 폐쇄됐다.

제주지방항공청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일본 나리타에서 출발, 오전 11시 57분께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대한항공 KE718편(737-900)의 앞바퀴 타이어가 활주로에서 파손됐다.

해당 항공기 앞바퀴는 2개, 뒷바퀴는 4개다.

사고 당시 앞바퀴 2개가 모두 파손돼 완전히 주저앉았고, 항공기가 앞으로 쏠린 상태였다.

다행히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거나 전도되지 않아 승객 148명(한국인 63명·일본인 75명·중국인 등 10명)과 승무원 9명 등 탑승자 157명 중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항공사는 사고 발생 40여분 만에 버스를 이용해 탑승객과 승무원들을 모두 여객청사로 안전하게 이동시킨 뒤 낮 12시 51분께 타이어를 교체하고 나서 토잉카(견인장비)를 이용해 사고 항공기를 계류장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제주공항 동·서활주로(P5)가 오후 1시 14분까지 1시간 17분 동안 폐쇄돼 항공편 1편이 결항했으며, 당시 17편이 회항했다가 속속 제주공항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연운항 편만 100여편으로, 이로 인해 휴가철 피서객 등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사고 항공기는 제주공항의 주활주로인 동·서활주로에서 계류장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돌아 고속탈출 유도로로 빠져나가기 직전 바퀴 파손 사실을 확인했다.

기장이 브레이크를 잡아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파손 사실을 계기판에서 확인, 항공기를 멈춰 세운 것이다.

사고기는 주활주로에서 서쪽 1㎞ 지점에 있는 'P7' 지점 바로 앞에서 랜딩한 뒤 1㎞가량을 달려 'P5' 지점 앞에서 멈춰 섰다.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지방항공청은 현재까지는 항공기 랜딩 순간 타이어가 파손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착륙을 위한 활주를 하고 있을 당시에 타이어 이상이 발생하고 나서 일정 구간은 파손된 채 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는 펑크가 나더라도 일정 정도는 외형이 주저앉는 것을 견디도록 설계된 '런플랫'(Run Flat) 타이어를 사용하는 데도 사고 항공기는 완전히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런플랫 타이어는 옆면에 타이어 강도를 높이거나 내부에 링을 삽입, 기체가 밖으로 빠져나가 타이어 압력이 줄어들더라도 일정 정도는 타이어의 외형이 주저앉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항공청은 이런 런플랫 타이어를 사용하는 항공기의 타이어의 모양이 완전히 찌그러진 것으로 미뤄 자체결함이 있었지는 살펴보고 있다.

활주로에 날아든 이물질로 인해 타이어가 파손되지 않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탑승객들은 대부분 큰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모(24)씨는 "비행기가 내려앉거나 기울어지는 등의 이상을 느끼지 못했고 충격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며 "비행기가 착륙해 활주로에서 이동했고 마지막에 조금 더 이동해서 내리는 곳까지 가야 하는데 도중에 멈춰선 이후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고모(72)씨는 "별다른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비상상황인 줄 몰랐다"며 "착륙 후 기내에서 25분 정도 기다려야 했는데, 원인이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방송 없이 그냥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공사 측은 "'착륙 직후 내부적인 충격으로 인해서 문제가 발생해 스스로 이동이 안된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등의 내용으로 세 차례 안내방송을 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본어로도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또한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으며, 추후 항공 자료를 확보해 현장에 감독관을 파견할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이번 건을 항공법상 사고나 준사고가 아닌 항공안전장애로 판단하고 있다.

사고는 항공기의 중대한 손상·파손 또는 구조상의 결함, 준사고는 사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사건을 각각 의미하며 항공안전장애는 이보다 수위가 낮은 경우를 뜻한다.

대한항공도 자체 정비인력과 바퀴 제조사 관계자들을 현장에 보내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매번 운항할 때마다 바퀴 공기압과 마모 또는 뒤틀림 등 외형 상태를 점검하는데 이번 항공기는 이륙 전 검검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제주·세종연합뉴스) 김호천 고성식 윤보람 전지혜 기자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