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메르스 막으려면 "보건의료체계 확 바꿔야"
지자체 역량 강화 제안…"질병관리청 신설 고려해야"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으려면 보건의료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29일 정부 차원의 '메르스 백서'에서 재차 강조됐다.

방역에 참여했던 정부·민간 전문가들로부터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한 제언을 들은 결과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서 '메르스 숙주는 낙타가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당시 보건 당국은 감염병 관리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5년 메르스 백서는 바이러스 유행을 증폭시킨 왜곡된 구조와 체질적 메커니즘을 개선하기 위해 감염병 관리 3대 주체(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별로 '우선 해결 과제'와 '지속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먼저 해결할 과제로는 감염병 관리 지침과 매뉴얼의 대폭 개정이 거론됐다.

중동에서 언제든 메르스가 재유입될 수 있고 다른 신종 감염병도 유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적합한 역학조사 방법론을 정립하고 역학조사 분석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메르스 환자 격리조치와 치료 과정에서 여러 차례 드러난 중앙-지방정부의 불협화음을 해결하기 위해 메르스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자체 감염병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 수립, 인력·재정 지원도 강조됐다.

보건의료체계 체질개선을 위한 지속 추진 과제로 가장 먼저 손꼽힌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역량 강화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중앙정부가 질병관리본부의 조직적 문제를 진단해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감염병 관리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공중보건인력 양성과 함께 장기적으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적으로 감염병 관리조직을 확보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개선 과제로 꼽혔다.

지자체 내 '지역 감염병관리본부'와 같은 감염병 관리 지원 조직을 갖추고 이를 지방 공중보건청(가칭)과 같은 전담 조직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인력 기준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선진국은 100∼150병상 당 감염관리사 1인, 300병상 이상에서는 감염관리 전문의를 두고 있다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응급실을 포함한 병원 시설과 진료체계 개선, 1차의료기관 의료인의 감염 위험 관리 강화도 감염병 관리에 필요하다고 백서는 제언했다.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른 현대 사회 특성에 맞춰 위기소통 역량 강화도 주요한 해결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종 감염병의 예측 불가능성을 항상 인지하고 감염병 특성에 따른 위기소통 매뉴얼을 마련하며 관계 부처 간 공조 체계를 구축해 대중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감염병 환자의 강제 진찰과 입원 등은 국민의 자유권과 관련한 것이므로 인권과 관련한 방역조치 등은 법적으로 가능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아울러 백서는 감염병 관리과정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개인·기관에 적절한 보상을 제도화하고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례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며 환자, 보호자, 의료인, 관련 공무원 등의 심리지원을 위한 인력, 프로그램, 제도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sujin5@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