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하려는 '부실한'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계약이 근본 원인

스크린도어 관리 용역업체 은성PSD 소속 직접 채용자들은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와 임금은 물론 근로 시간에서까지 차별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직접 채용자의 대부분은 6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그 근저에는 비용을 절감하려는 '부실한'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서울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월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군은 3개월 실습 기간을 거친 후 올해 1월부터 일했는데, 월평균 143만 원가량을 받았다.

기본급과 직책수당을 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면 시간당 6천459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6천30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었다.

반면에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은 월평균 435만 원이나 받았다.

선택적 복지비·교통복지비·체력단련대회비·건강검진비 등의 명목으로 복리후생비도 서울메트로와 같은 수준으로 챙겼다.

그러나 직접 채용자는 건강검진비만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직접 채용자들은 주 6일을 일했지만, 전적자는 주 5일 일하는 등 임금뿐 아니라 노동시간에서도 차별이 있었다.

이 같은 열악한 처우 때문에 201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은성PSD에 입사한 342명 가운데 198명이 퇴사해 이직률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직접 채용자의 6개월 이내 조기 퇴사율은 72%에 달했다.

올해 1월 입사한 A씨는 "식사 시간에도 장애 신고가 들어오면 1시간 내 출동해야 해 황급히 식사를 마쳤다"며 "역사 내 별도 휴게 공간이 없어 바닥에 앉아 쉬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직접 채용자의 근무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원인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이었다.

지난해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는 17명을 충원해줬지만, 이는 은성PSD 측에서 요구했던 28명보다 한참 모자란 수준이었다.

그나마 8명은 야간에 배치돼 지하철이 실제 운행하는 낮 근무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처럼 인력아 부족하자 은성PSD는 고등학생까지 '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은성PSD는 2014년 11월부터 공업고등학교 학생을 1∼2주 교육한 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 현장에 배치했다.

이들은 주로 스크린도어를 고칠 때 승강장으로 지하철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실습생들은 2인 1조 매뉴얼을 지키기 위해 활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인력 부족에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이 지난해 맺은 이상한 용역계약이 있었다.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의 핵심은 고장 수리인데, '점검을 철저히 하면 유지보수(고장 수리)가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그 비용을 용역비 설계에서 뺀 것이다.

하지만 계약은 ▲ 24시간 비상대기 ▲ 장애 발생 1시간 내 출동 ▲ 24시간 내 수리하지 않으면 지연배상금 부과 등을 꼼꼼히 규정하는 등 스크린도어 보수를 주요한 업무로 규정해 놓은 상태였으며, 연평균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1만2천여 건에 달할 정도였다.

보고서는 "서울메트로는 유지보수가 필수 업무임에도 용역비 설계에서 누락했다"며 "이 때문에 2011년도 협약 때보다 연 14.4억원 부족한 용역비로 계약을 맺게 돼 인력 충원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계약심사과도 용역계약 심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당시 담당자는 "이를 설계에 포함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려면 고장 발생 건수와 빈도 등의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자료가 없어 검토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은성PSD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2인 1조 근무를 어렵게 하고, 쉴 틈 없이 다음 현장에 출동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구의역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