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시청 앞 광장 주변에 들어선 대형마트. 한경DB
창원 시청 앞 광장 주변에 들어선 대형마트. 한경DB
경남 창원시가 대형유통업체의 지역 진출에 따른 전통 상권 위축 문제를 ‘상생협약’으로 풀기로 했다. 대형유통업체의 사회공헌 이행 약속을 담은 협약을 통해 중소유통업체와의 상생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창원시는 28일 지역 내 대형유통업체와 ‘지역공헌 확대 및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는다고 27일 발표했다. 협약에는 대동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창원점,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이마트 및 홈플러스 창원점 등 지역의 16개(백화점 4곳, 대형마트 12곳) 대형유통업체가 모두 참여한다.

협약에 따라 시는 유통업 상생발전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소상공인 보호와 지원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대규모 점포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 시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한다.

대형유통업체는 지역 우수상품 상설매장을 운영하는 등 지역공헌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가이드라인을 실천하기로 했다. 상생협력 가이드라인은 대형유통업체의 지역 고용 창출과 공익사업 실적을 목표치로 제시한 것이다. 시는 각 유통업체가 매출의 0.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공헌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시 경제기업사랑과 관계자는 “상생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며 “대형유통업체에서 가이드라인을 부담스러워해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수준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상생협약의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지난 5일 입법 예고한 ‘창원시 유통업 상생협력을 통한 소상공인 보호 조례’를 통해서다. 이 조례는 대형유통업체의 지역사회 기여 실적을 조사해 시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유통업체가 이행할 지역사회 기여에 대해서도 지역생산품 매입 및 판매 확대와 매장 설치, 지역주민 우선 채용, 용역이나 공사 발주 시 지역 업체 참여, 매출의 지역은행 예치, 기타 공익사업 등으로 명시했다. 조례는 오는 9월 창원시의회 임시회에서 의결해 적용할 예정이다.

창원시가 상생협약과 소상공인 보호조례 제정을 추진한 것은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유통업체가 지역에 진출할 때마다 지역 전통상권과의 마찰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마산합포구에 롯데마트 양덕점이 들어서면서 인근 산호시장과 양덕시장·양덕중앙시장 등 3개 전통시장 상인들은 상권 위축을 우려하며 불만을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김해점 개점을 앞두고도 지역사회에서 상생 협약과 관련한 진통이 있었다.

대형유통업체의 지역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지역 여론도 작용했다. 시는 올해 초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 13곳의 지난해 매출과 납세실적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총 매출은 1조원, 영업이익은 570억여원으로 추정되지만 지방세 납세액은 49억원, 지역 기여사업 지출액은 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