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로부터 수억원 뒷돈…영장 청구 검토

롯데그룹의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에서 10억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확보하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7일 대홍기획 최종원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최 전 대표의 재임 시절인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대홍기획이 협력사 등과 허위 거래를 만들거나 납품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을 통해 10억원대 비자금을 만든 정황을 포착했다.

최 전 대표는 광고 영상물 제작업체 등으로부터 일감을 수주하는 데 편의를 봐 준 대가로 수억원대 뒷돈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최 전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의 용처를 쫓고 있다.

사적 용도에 쓰인 부분 외에 상부에 금품이 전달됐는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전 대표를 상대로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불투명한 그룹 지배구조 등도 조사한다.

대홍기획은 롯데정보통신, 롯데피에스넷 등과 함께 롯데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회사다.

대홍기획은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광고 일감이 전체 수주량의 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그룹 내부 거래에 많이 의존하는 대홍기획의 광고 계약 과정에서 매출 조작 등을 동원한 비자금 조성 정황이 있는지를 검찰은 살펴보고 있다.

실제 회사 경영자료 상에도 수주액 불일치가 발견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2012부터 작년 말까지 대홍기획에 1천200억여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는 반면 대홍기획은 같은 기간 롯데쇼핑으로부터 2천억여원을 벌어들였다고 공시했다.

검찰은 최 전 대표에게 그룹 지배구조에 관련 사항도 조사할 계획이다.

최 전 대표는 201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장을 지낸 바 있다.

롯데그룹의 국내 계열사들은 67개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대홍기획은 롯데쇼핑, 롯데제과와 더불어 순환출자 구조의 주축으로 여겨진다.

일례로 롯데쇼핑은 대홍기획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고, 대홍기획은 롯데정보통신 지분 28.5%를 갖고 있다.

다시 롯데정보통신은 롯데쇼핑 지분 4.8%를 보유하면서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하나 만들어지는 식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홍기획은 투자 문제에서도 조사할 분야가 있다"며 "비자금 및 광고 리베이트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면 기업 경영에 관한 조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