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파커 미국 하버드대 교수 "살아있는 세포로 인공심장 만들 것"
미국의 명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촉망받는 한 청년 과학도가 1994년 갑작스레 군 복무를 신청했다. 그는 그 후로 22년간 학교 연구실과 군을 오가며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에 네 차례나 참전했다. 미국 정예부대인 제82공수사단과 제10 산악사단에서 소총부대 장교로 전투를 치렀다. 지금도 미 육군의 예비군 중령으로 활동하고 있다.

케빈 파커 미국 하버드대 교수(50·사진)의 실제 이야기다. 서강대와 하버드대가 공동 설립한 서강하버드 질병바이오물리연구센터 초청으로 한국에 온 파커 교수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살아 있는 세포로 약한 심장을 갖고 태어난 아기를 고치고, 전쟁에서 머리를 다친 병사의 뇌 인지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인공심장과 뇌 치료기술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커 교수는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세포로 가오리 로봇을 제작해 이달 초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논문을 장식한 세계적인 조직공학자다.

전쟁 경험은 그의 연구에 많은 영감을 줬다. 그는 처음엔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수학 교관을 지냈다. 다시 사회로 복귀해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직후인 2002~2003년,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2008~2009년 아프간전쟁에 참전했다. 이때 야전병원에서 뇌를 다친 병사들을 지켜보며 세포를 이용해 심장과 뇌 기능을 되살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가오리 로봇도 여기서 나온 결과다. 파커 교수는 “원래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기를 위해 인공심장을 개발할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며 “가오리 로봇의 성공을 발판으로 심실 하나 정도를 대체할 인공심장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실은 명문 하버드대 내에서도 군 출신이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참전 경험이 있는 미군 출신 연구원 3명을 비롯해 가오리 로봇을 개발한 박성진 박사 등 한국 연구원 2명도 군에 복무했다. 군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군에 다녀온 연구원은 성숙하고 집중력과 책임감이 강하다”며 “이런 자질이야말로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