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경비원·미화원까지 고용한 '금속노조 문화제'
지난 22일 오후 8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재벌개혁 시민한마당’ 문화제는 시종일관 질서정연한 분위기였다. 이날 금속노조 총파업 집회에 이어 열린 이 행사에는 경찰 추산 1만1000여명(주최 측 집계 5만여명)이 참가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금속노조 등 3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재벌개혁시민한마당조직위원회는 세 시간에 걸친 문화제가 끝난 뒤 종전과 달리 질서 유지에 신경을 썼다.

돈주고 경비원·미화원까지 고용한 '금속노조 문화제'
행사가 끝난 밤 11시20분께 미화원을 동원해 광화문광장 남쪽부터 북쪽으로 이동하며 쓰레기를 주웠다. 행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의 귀가 편의를 위해 5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청소 용역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까지 투입했다. 양복을 입은 보안요원 10여명을 동원해 질서를 유지시켰다. 보안요원과 행사 참여자 사이에 사소한 말다툼도 있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유명 가수가 출연하는 점 등을 감안해 현장 안전질서관리 목적으로 사설경비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 바로 옆 1차로에는 문화제 참석자를 위한 이동식 간이화장실 10동을 마련하는 등 인근 빌딩이나 광화문역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 신경도 썼다.

‘술판’으로 얼룩진 그동안의 집회와 차별화했지만 ‘귀족노조’ 행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조합이 대규모 문화제 행사를 하면서 청소 보안 등 각종 질서유지를 조합원 스스로 하지 않고 거액의 돈을 들인 데다 연예인까지 동원한 것은 ‘귀족 노동운동’을 했다는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주최 측이 금속노조 총파업을 둘러싼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대자동차 노조, 한국지엠 노조 등이 가세한 이번 파업으로 차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기아차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아 불법 파업 논란에 휘말려 있다. 한 시민은 “각종 게이트와 스캔들이 들끓는 가운데 괜한 잡음을 내지 않으려는 의도는 이해한다”며 “하지만 재벌독식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면서 노조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상용 지식사회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