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에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동해안 해수욕장이 울상이다.

지난 8일 개장한 동해안 92개 해수욕장은 피서객이 없어 썰렁하다.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은 연일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찜통더위가 계속되지만, 동해안은 '쨍'한 날이 드물고 기온까지 선선해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로 피서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이 개장한 8일 이후 동해안 최대 규모의 경포 해수욕장이 있는 강릉에는 5일이나 비가 왔다.

주말인 16일(강수량 97.9㎜)과 17일(1.5㎜)에는 이틀 연속 비가 내리고 흐렸다.

북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개장 다음 날인 9일 29.9도가 최고다.

주말인 16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19.8도였다.

25도에 못 미친 날도 5일이나 됐다.

쾌청한 날이 사실상 9일 하루에 불과했다.

툭하면 흐리고, 비가 내리기 일쑤였다.

21일에도 낮 최고기온이 홍천 33.3, 횡성 32.4, 정선 32.3, 영월 31.3, 춘천 31.2, 원주 30.9를 기록했으나 강릉 25.2, 속초 23.6, 동해 25.2도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피서가 시작하는 이번 주말과 휴일인 23∼24일에도 북한 지역에 있는 장마전선의 가장자리에 들어 대체로 흐리겠고 강수량은 적지만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나왔다.

이처럼 궂은 날씨로 피서객으로 붐벼야 할 동해안 해수욕장이 썰렁하다.

해수욕장 개장 후 21일까지 동해안 92개 해수욕장에는 피서객 86만8천 명이 찾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피서객이 급감했던 작년과 비슷한 수치다.

작년에도 메르스 여파와 개장 이후 주말·휴일마다 궂은 날씨가 이어져 피서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6일 경포 해수욕장에는 주말인데도 폭우 등 궂은 날씨로 불과 5천574명의 피서객이 찾아 동해안 최대 규모의 해수욕장을 무색게 했다.

경포에는 개장 이후 21일까지 28만400명, 동해 망상 15만3천 명, 속초 14만4천 명, 양양 낙산 5만3천 명 등의 피서객이 찾았다.

백사장에는 빈 파라솔만 가득하고 튜브도 그대로 산처럼 쌓여 있었다.

날이 선선해 바닷물에 들어간 피서객이 거의 없을 정도다.

보트, 번지점프 등 해수욕장의 레저기구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구름이 잔뜩 끼고 기온도 25도에 머문 21일 낮 경포해수욕장의 풍경이다.

이런 사정은 규모가 작은 해수욕장일수록 더하다.

피서객 감소로 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해수욕장 주변 상가도 개점 휴업상태다.

경포해수욕장 인근의 횟집 주인 김모(57) 씨는 "이제 피서가 시작이긴 하지만 메르스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작년보다 오히려 더 장사가 안되는 것 같다"라며 "이번 주말과 휴일에도 궂은 날씨가 예보돼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소도 피서객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상경기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자 상인들이 이달 말부터 8월 초까지의 피서 절정기에는 날씨가 좋아지기를 고대하면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