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도 일반 의사처럼 얼굴에 미용 목적의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 정모씨(48)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정씨는 2011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치과병원에서 환자 두 명의 눈가와 미간에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를 시술했다가 기소됐다. 의료법은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에 ‘의료인은 면허받은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치과의사에게 허용된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대법원은 이 현안이 국민의 의료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했다. 재판부는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로 인한 공중보건에 대한 위험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고, 치과의사 직역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검증이 이뤄지는 한 의료법은 의료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의학 발달과 국민 인식 변화에 맞춰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도 시대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