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릉 철도 1시간 12분대·서울~속초 1시간 15분대로 단축

강원 동해안이 교통혁명의 시대를 맞았다.

변방에 머물던 동해안은 내년부터 스피드 시대를 맞아 수도권과 부쩍 가까워진다.

120㎞ 구간의 원주∼강릉 철도가 내년 12월 개통을 시작으로 속초, 양양 등 동해안 교통 접근망이 잇따라 대폭 개선된다.

이제 서울과는 사실상 통근이 가능한 시간인 1시간 초반대의 거리로 좁혀진다.

수도권과의 이동시간 단축으로 다양한 경제적 이득이 발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빨대 효과나 관광객 체류시간 단축 등 부작용이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변방?…이제는 수도권
내년 12월 원주∼강릉 120㎞ 구간이 개통하면 서울∼강릉은 철도로 5시간 47분 걸리던 것이 1시간 12분대로 좁혀진다.

영동고속도로 운행시간의 절반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원주∼강릉 철도 건설사업으로 경제적 유발효과가 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강릉 경포에는 2천 실이 넘는 호텔이 내년 말이면 대부분 건립될 정도로 지역개발 호기를 맞고 있다.

최근 30년 숙원인 춘천∼속초를 연결하는 93.9㎞의 동서고속화철도가 확정됐다.

철도가 완공되는 2024년에는 서울과의 거리가 현재 2시간 50분에서 1시간 15분으로 단축된다.

시속 250㎞의 열차가 하루 36차례씩 관광객을 태워 나르면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발전은 손쉬운 것처럼 보인다.

생산유발 효과가 3조9천64억 원에 이른다는 전문기관의 전망도 나왔다.

또 2009년 시작된 동홍천∼양양 간 고속도로도 2017년 상반기 개통 예정이다.

피서철은 물론 주말과 휴일이면 꽉 막히던 44번 국도를 대체하게 된다.

이외에도 제2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속초와 삼척 연장 등 동해안 접근망이 대폭 개선된다.

원주∼강릉 철도 내년 개통에 이어 동서고속철 사업추진 확정으로 강원도는 지역경제발전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속초는 벌써 인구 30만의 전국 제1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동서고속철 사업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동서고속철이 개통되면 서울은 물론 인천공항까지 1시간대 주파가 가능한 '꿈의 열차 시대'를 맞게 된다"라며 "관광과 물류가 조화를 이루는 명품 물류관광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대부분 시군이 더 많이 찾아올 관광객을 예상하며 들떠 있는 모습이다.

교통 인프라 확충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 물류비용 감소 등으로 중추적인 경제 중심지 역할이 가능해진다.

경제계는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여건이 뒤떨어져 기업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은 동해안이 접근망 개선으로 인구 유입과 기업유치로 지역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 '빨대 효과' 우려…대책은?
교통망 개선으로 동해안 지역경제의 공동화 현상 등 부작용과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도권 접근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출퇴근이 가능하게 되면 모든 경제활동과 주거 위치가 대도시 쪽으로 집중되는 이른바 '빨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아프면 주변 병원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시설이 좋은 서울의 병원으로 가고, 쇼핑하기 위해, 문화를 향유하고자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속철도는 고속버스보다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 4명 한가족이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든다.

그렇게 동해안에 놀러 온 관광객이 최근 들어 건립되는 호텔에 다시 많은 돈을 들여 묵기가 경제적으로 쉽지 않아 당일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릉시의회 기세남 의원은 "원주∼강릉 철도가 개통되면 강릉시에 중장기적으로 유무형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루빨리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강원도의회에서도 동서고속철 사업 확정의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고 빨대 효과와 관광객 체류 단축 우려 등 종합적인 지역발전전략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시성 도의원은 "혁신적인 교통체계 발전으로 인구와 자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빨대 효과' 등 예상되는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빈틈없고 치밀한 준비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TX 개통 이후 1년 후 전북 익산시의 이용객은 50%가량 증가했지만, 이용객 증가만큼 체감 효과는 크지 않고 출장 등 당일 방문이 많아 관광객 유치 통한 소비 유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도권 예속화를 대비해 지역의 변화를 면밀히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쇼핑과 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속초에서 의류판매장을 운영하는 김모(56) 씨는 "고속철로 수도권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먹을거리 위주로 한 관광산업은 크게 발전하겠지만,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일반 숙박업과 의류, 의료 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해 지역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자심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가격상승과 거품도 우려된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쇼핑 등 소비활동을 수도권에서 하는 역외유출 우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며 "지역상인도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빨대 효과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 역 빨대 효과가 생기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강릉원주대 김영식 교수는 "교통망 개선에 따른 효과는 극대화하고 우려되는 각종 부작용과 문제는 철저하게 잘 준비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 지역발전의 초석이 되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