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유상증자 여전…이번엔 감정평가사 동원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사채를 빌려 100억원대 가짜 유상증자를 한 뒤 돈을 빼돌린 코스닥 기업 경영진과 사채업자, 감정평가사 등이 적발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코스닥 신발 제조업체 신후의 이모 대표(52)와 임원 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감정평가사 김모씨(45)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사채업자 김모씨(56), 부동산업자 김모씨(48) 등 4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본지 5월4일자 A1, 25면 참조

이들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악용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렸다. 사채로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가 곧바로 돌려주는 ‘찍기’ 방식을 썼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업체를 끼워 넣었다. 유상증자와 동시에 경북 상주에 있는 7층 규모의 D빌딩을 208억원에 인수하는 것처럼 꾸몄다. 빌딩 매입자금으로 꾸민 유상증자 대금은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 60억원을 갚는 데 썼다. 불법 ‘찍기’ 증자에 며칠간 돈을 빌려준 대가로 사채업자는 54% 폭리를 취했다.

외부감사인이 208억원으로 평가된 D빌딩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감정평가사 김씨를 돈으로 매수했다. 그는 김씨에게 2000만원을 건네고 D빌딩의 승강기 등 부대설비 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허위 감정평가서를 발급받았다. 이 대표는 이 감정평가서로 회계감사를 통과한 뒤 건물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등은 가짜 유상증자를 하고 사채업자에게 돈을 갚았음에도 정상적인 유상증자인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며 “상장사의 부실을 은폐하려는 비리를 적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후는 상장폐지 길목에 서 있다. 대표이사 횡령 등의 이유로 올해 5월 매매가 정지됐으며,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