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에 3D프린터 교육…국민대, 융·복합대학으로 뜬다
국민대의 ‘실용 학풍’이 주목받고 있다. 문·이과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 교육이 핵심이다. 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전교생의 99%(예체능 계열 제외)가 엑셀 자격증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전교생에게 코딩(컴퓨터 언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과정) 교육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조향센터로 지정되는 등 산학협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과생에 3D프린터 교육…국민대, 융·복합대학으로 뜬다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에 선정

국민대는 올해로 건학 70년을 맞았다. 독립운동가인 신익희 선생이 세웠고, 이후 쌍용그룹으로 재단 주인이 바뀌며 서울의 상위권 ‘중견 대학’으로 자리잡았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선 가장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꼽힌다. 국민대는 1980년대 초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공업 및 시각디자인학과를 개설했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등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1992년엔 자동차공학과를 최초로 개설했다. ‘섀시는 국민대, 전장은 한양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의 인정을 받고 있다.

국민대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융·복합이 상징인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려는 변화다. 유지수 총장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만 해도 인문·사회와 이공계가 분리돼 있다”며 “이런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 앞으로 10년을 잘 일구면 국민대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과 학생을 위한 3차원(3D) 프린터 과목을 개설한 게 대표적인 융합 실험이다. 내년엔 인문기술융합학부(HAT·School of Humanities, Art&Technology)란 신개념 학제도 만든다. 인문·사회계 학생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배워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교육의 골자다.

문·이과 통합을 위한 연결 고리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있다. 지난 4월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SW중심대학에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기존 컴퓨터공학부를 SW융합대학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1~2학년 때 소프트웨어적 사고와 프로그래밍 등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고 3~4학년으로 올라가면 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네트워크 및 정보보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5개 트랙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다.

자동차, 디자인에 이어 소프트웨어를 세 번째 ‘주포’로 키우겠다는 게 국민대의 전략이다. 매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주립대에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30명씩 보내 10주간 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강의실 혁신에 나서

다른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것과 달리 기존 학과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국민대 이공계 변화의 특징 중 하나다. 미래에 대비한다며 새로 만든 학과 입학생들이 정작 졸업할 땐 일자리를 못 구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민대는 2017학년도부터 공과대 모집단위를 기존 3개 학부(신소재공학부·기계공학부·건설시스템공학부)에서 전자공학부를 포함한 4개 학부로 늘리고 전공 수도 5개에서 9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기계공학전공, 에너지전자융합전공을 신설하고 기존 신소재공학부는 기계금속재료전공과 전자화학재료전공으로 나눠 특성화할 예정이다.

국민대는 산학협력의 강자로도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공학과 지능형 차량설계연구실이 지난 2월 현대차의 차세대 조향시스템 연구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실로 선정됐다.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 기업에서 임원 경력을 쌓은 산학협력중점교수 10명을 선발할 계획도 있다.

국민대의 실용 학풍은 교양 강의에도 배어 있다. 생각하고, 글쓰는 훈련을 넣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입생 전원은 ‘인생설계와 진로’라는 과목을 들어야 한다. 신문 등을 교재 삼아 글쓰기를 배우는 과목도 필수로 지정했다. 토론형 교육을 위해 강의실 구조도 바꾸고 있다. 모니터가 천장에 달린 강의실을 만들고, 움직이는 책상들로 꾸민 세미나실을 건물마다 4~5개씩 갖춰나가고 있다.

박동휘/마지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