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료 바가지…락(樂)페스티벌? 악(惡)페스티벌!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 특수를 누리고 있는 강원 속초의 요즘 하루 민박 가격은 약 12만원이다. 비수기 주중요금(3만원)의 네 배가량이다. 록페스티벌이나 유명 지역축제가 열리는 곳도 마찬가지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지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27)는 록페스티벌 여행을 계획하다 극(極)성수기 요금을 받는 숙박업소들 때문에 애를 먹었다. 워낙 방을 찾는 수요가 많다 보니 민박의 하루 숙박비가 15만~2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3박에 45만원을 내고 방을 예약했다. 성수기 요금이 1박에 7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량 든 셈이다. 이씨는 “2박만 원했는데 3박을 하지 않으면 방을 못 내준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3박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9일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숙박업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260여건에 이른다. 아직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라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피해구제 건수는 2014년 346건, 지난해 42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숙박요금을 게시하고 그대로 받으면 문제가 없는데 가격 게시도 않은 채 터무니없는 숙박료를 요구하거나 게시된 요금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바가지요금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반 숙박업소와 달리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민박이나 소규모펜션이 사각지대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호텔이나 모텔, 관광펜션 등 일정 규모를 갖춘 숙박업소는 숙박요금을 주말 및 성수기 여부 등을 구분해 게시할 의무가 있지만 농어촌 지역의 민박집이나 숙박업 등록이 되지 않은 소규모 펜션은 예외다.

평소엔 바가지요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일시에 수요가 폭증할 때 피해가 발생한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려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속초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관광객은 “속초시에 문의해봤지만 성수기 요금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특히 민박은 요금게시 의무가 없어 바가지요금을 구별하기 힘들다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단속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한철 장사가 1년 수입을 좌우하는 지역상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해 난감한 상황이다. 한 강원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는 “바가지 요금 문제는 근절해야 하지만 여름 한철에만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