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의 대학생 최태희 씨(가명·왼쪽)와 허준 씨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기업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의 대학생 최태희 씨(가명·왼쪽)와 허준 씨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기업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고 글로벌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북한에 있을 땐 상상도 못했는데 꿈만 같아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최태희 씨(25·가명)는 “졸업을 앞두고 한국 기업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여기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꼭 취업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씨와 함께 인턴십에 참여 중인 허준 씨(25)는 “대학에선 교수님이 숙제를 내주면서 ‘이 정도는 다 알지?’ 할 때가 가장 무서웠는데, 인턴하면서 팀장님이 ‘이 정도 영어 번역은 할 수 있지?’ 하고 과제를 줄 때 가장 무서웠다”며 인턴 첫 주의 느낌을 전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올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대학생을 뽑으면서 탈북자 출신 대학생 두 명을 특별채용했다. 올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 ‘탈북 대학생 취업·역량 강화교육’에 강사로 참여한 김경준 딜로이트안진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이 “새터민 청년들이 한국 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흡수되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인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인턴은 총 68명이며 기간은 2개월. 첫 달은 실무부서 배치 후 직무교육, 사회공헌활동, 경쟁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이후 한 달은 각 부서에 배치받아 실무 경험을 쌓는다.

성신여대 경제학도로 오는 8월 졸업을 앞둔 최씨는 2008년 탈북해 2년간 사지(死地)를 넘어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와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입학했다.

최씨는 몇 년간은 언어와 문화가 달라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입학한 뒤 2년간은 경제학 용어도 생소해 친구들 밑에 학점을 ‘깔아주는 역할’만 했다”며 웃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 중인 그는 “날마다 부족함을 느끼지만 나의 강점인 잘 웃는 미소와 중국어를 살려 은행에 입사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허씨 또한 탈북 후 2년 이상 동남아 각지를 떠돌다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공부를 처음 해봤다는 허씨는 중등·고등 검정고시를 내리 합격한 뒤 2년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해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친구들과 출발선이 달라 다른 사람만큼 공부해선 따라갈 수 없었기에 ‘고리타분하게’ 공부만 했던 것 같다”며 “대학의 낭만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북한에 있을 때 ‘한민족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존 레넌의 렛잇비(Let it Be)를 들으며 영어공부를 했다면서 졸업 후 국가정책연구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딜로이트안진은 앞으로도 새터민 대학생의 인턴 채용을 계속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새터민 청년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취업이고, 이들이 결국 통일한국의 밑거름이 될 것이기에 다른 기업들도 새터민 청년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인턴이나 채용 프로그램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