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부터 카드발급까지 한달 걸려…교육훈련 급한 실업자들 '발 동동'

"재취업 교육훈련 빨리 받고 싶은데 내일배움카드 발급받는데 너무 오래 걸려요."

경남지역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실직한 뒤 재취업에 나선 박 모(48) 씨 푸념이다.

박 씨는 정부가 실업자들의 빠른 재취업을 지원하려고 구직자에게 단기간 직업 훈련비용을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려다 목이 빠질 뻔했다.

카드를 손에 쥘 때까지 한달가량 걸렸다.

이 카드는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15세 이상 구직자면 누구나 직업능력포탈 'HRD-net(www.hrd.go.kr)'에 가입하거나 지역 고용센터를 방문해 상담하고 발급받을 수 있다.

카드 한도는 1인당 200만원으로 한도 내에서 전체 훈련비 중 50~90%를 정부가 지원한다.

나머지 비용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박 씨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에 진땀을 흘렸다.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던 박 씨는 안내를 받은 뒤 복잡한 사전 서류 준비부터 신청까지 애를 먹었다.

다시 센터를 찾아 카드발급 절차에 필요한 1차 기초상담을 받았다.

2차 심층상담은 더 피곤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직업경력, 직업능력 수준, 취업희망분야, 직업훈련 경험 등을 구직 희망 직종에 대한 훈련 적성검사까지 거쳐야 했다.

훈련계획서도 제출해야 했다.

박 씨는 "이래저래 마음은 급한데 카드 하나 발급받으려고 진을 다 뺀 것 같다"며 "주위 실직자들도 이 카드발급 절차가 너무 어렵고 길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재취업에 나선 이들은 실업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인데 카드발급이 너무 늦다고 아우성이다.

재취업에 나선 훈련생들을 모집하는 직업전문학교에서도 처리 기간이 오래 걸려 개강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한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고용지원센터를 거쳐 카드를 발급받는 훈련생 상당수는 상담 절차 등이 형식적이면서도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발급 기간이 오래 걸려 개강 타임을 놓쳐 걱정하는 훈련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카드발급 처리 업무 기한이 4주로 잡혀 있는데다 2차에 걸친 상담 등도 지원 업무 절차라고 밝혔다.

센터 한 관계자는 "내일배움카드 자체를 아예 모르고 막연하게 고용지원센터 문을 두드리는 실업자들이 많아 절차를 밟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심층상담도 효과적인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재취업을 지원하는 절차"라며 "실업자들의 급한 심정은 이해되지만, 카드를 남발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