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에서 가까운 북한재개발지역에 최신 시설을 갖춘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있지만 이곳에 접안하는 크루즈선은 많지 않다.

올해 부산에는 28척의 외국 크루즈선이 총 218회 기항한다.

대부분 영도구 동삼동에 있는 국제크루즈부두나 남구 감만컨테이너터미널을 이용하고, 5만t 이하 중소형 크루즈선만 국제여객터미널에 접안한다.

특히 아시아 최대규모인 퀀텀호와 어베이션호(각 16만8천t)를 비롯해 10만t이 넘는 초대형선은 모두 감만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한다.

국제크루즈부두와 감만 두곳 모두 북항을 가로질러 영도구와 남구를 잇는 부산항대교 바깥의 외진 곳에 있어 크루즈선들이 입항해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크루즈선들이 몰려온다고 언론이 보도하는데도 시민들로선 실제로 크루즈선을 볼 기회가 별로 없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동구와 중구 등 원도심 주민들은 "번듯하게 새 국제여객터미널을 지어놓고도 크루즈선들이 다른 곳에 접안하다 보니 원도심 관광 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크루즈선들이 새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부산항대교 통과 높이 제한의 영향이 크다.

현재 이 다리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고 높이는 60m로 제한돼 있다.

부산항대교 중앙 부분 상판에서 수면까지 거리는 67m가량으로 7m의 여유가 있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충돌사고를 우려해 60m로 통과 높이를 제한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항만당국이 너무 안전에 집착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정하는 바람에 국제여객터미널의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고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도 지장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내년에 부산에 기항하는 크루즈선이 29척, 275회로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급속한 크루즈선 대형화로 10만t이 넘는 초대형선의 기항도 증가하면서시설부족 문제까지 대두하자 부산항만공사가 높이 제한 상향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항만공사는 어느 정도의 선박이 안전하게 다리를 통과할 수 있는지 밝히기 위해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용역을 줘서 부산항대교 아래 항로의 수면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그 결과 수면에서 다리 상판까지 높이는 최소 66m, 최대 67.5m로 나왔다.

현재 부산항에 기항하는 크루즈선 가운데 선체가 가장 높은 13만8천t급 마리너호(63.45m)가 3m의 여유를 두고 지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보다 큰 16만8천t급 퀀텀호와 어베이션호는 선체 높이가 62m여서 다리 상판까지 5m가 넘는 여유 공간이 있다.

이런 조사 결과로 볼 때 마리너호를 비롯한 초대형 크루즈선들도 부산항대교를 통과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항만공사는 보고 있다.

문제는 부산항 항계에서부터 선장을 대신해서 크루즈선을 조종해 부두에 접안하는 도선사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부산도선사회는 애초 부산항대교의 통항제한 높이를 정할 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다리 충돌을 걱정해 60m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공사는 부산항대교 아래 항로의 수위변화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도선사들에게 제공해 이런 불안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17일 "2분 단위로 수위를 제공함으로써 도선사들이 수면에서 다리 상판까지 높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초대형 크루즈선들도 문제없이 접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항만공사는 8월 중순에 용역이 마무리되면 최종 보고회를 열고 부산해양수산청, 도선사들과 협의해 부산항대교의 통과 높이 제한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해 부산해수청과 도선사회도 높이 제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만t 이상 초대형 크루즈선들이 부산항대교를 지나 새 국제여객터미널에 접안하면 관광객들이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는 부두에서 내려 도시 이미지를 해치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