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자, 상경 막으려 차로 도로 막기도…경찰 "외부인 시위 참가 수사"

특별취재팀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 등에 6시간여 동안 갇힌 끝에 가까스로 시위현장을 벗어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 등은 설명회 시작부터 파행까지 계란·물병 등 투척, 차량 포위·추격전 등이 발생한 점 등을 들며 외부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성주군청에서 황 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사드 배치 주민 설명회는 40여분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오전 11시께 군청 앞 주차장 주변은 '사드 결사반대' 등을 적은 붉은색 머리띠를 한 학생, 주민 등 3천여명(경찰 추산)으로 꽉 찼다.

참가자들은 '사드 목숨으로 막자', '얘들아 미안해. 그래도 엄마 아빠가 끝까지 지켜줄께' 등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인근 도로 곳곳에는 '성주 무시하는 사드배치 결사반대', 사드배치 최적지란 없다'는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 수십개가 걸렸다.

예정 시간을 조금 넘겨 황 총리, 한 국방부장관 등 정부관계자 등이 청사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바로 날계란 2개, 물병 등이 날아들었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날계란 내용물이 묻은 상태로 주민에게 "사드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부는 주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에 화가 난 주민 등은 설명회 도중 수차례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며 정부 관계자들 쪽으로 물병 수십 개, 계란, 소금 등을 던졌다.

일부는 총리 주변 경호 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도 벌였다.

상황이 돌변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급히 몸을 숨겼다.

오전 11시 40여분께 군청과 붙어있는 군의회 건물 출입문으로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은 미니버스에 올라탔으나 바로 주민에 둘러싸였다.

그러나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 천장은 주민 등이 던진 날계란 내용물로 더럽혀 졌다.

일부 주민은 주차장 출구를 트랙터 2대로 봉쇄했다.

당시 현장을 지휘하던 조희현 경북경찰청장은 날아온 물병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위가 5㎝ 가량 찢어졌다.

좀처럼 사태가 진정하지 않자 오후 4시 15분께 주민 대표 5명이 미니버스 안에서 황 총리 등과 40분간 면담을 했으나 뾰족한 결과물은 얻지 못했다.

이처럼 밀고 당기는 대치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오후 5시 38분께 미니버스 주변으로 소화기 분말가루로 추정되는 흰색 가루가 뿌려졌다.

분말가루를 살포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버스 주변 사람들이 손으로 눈과 입을 가리는 등 혼란한 틈을 타 버스 출입문이 열렸고 경호인력 등이 검은색 방호도구를 앞으로 내세웠다.

그 뒤로 황 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경호인력에 둘러싸여 군청 뒤편으로 뛰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 등과 실랑이가 벌어져 황 총리 양복 상의가 벗겨졌다.

우여곡절 끝에 황 총리는 군청 바깥 도로에 미리 준비해 놓은 검은색 승용차에 올랐지만 곧 주변에 있던 주민, 트럭 등에 다시 둘러싸였다.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도구로 운전석 앞 유리 일부를 깼다.

상황이 이렇자 황 총리는 차에서 내려 200∼300m 가량 걸어 군청 밖까지 나온 뒤 흰색 승용차에 올라 타고 헬기장이 있는 성산포대로 향했다.

미니버스에서 빠져 나온 지 30분 가량 지난 오후 6시 10분께다.

하지만 3∼4분 뒤 경찰차 호위를 받으며 이동 중인 총리가 탄 차를 발견한 주민 A씨(39)가 자기 승용차로 도로를 가로막았다.

경찰은 A씨가 차를 빼지 않자 문을 발로 차고 휴대하고 있던 트리그 해머로 운전석 유리 일부를 깨뜨렸다.

그러나 A씨 차가 현장을 벗어나지 않자 총리가 탄 차가 A씨 차를 피해 가는 상황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은 양측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오는 18일 현장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황 총리는 성산포대에 도착해 헬기를 타고 상경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외부 세력이 정부와 주민과 대화를 가로막고 갈등을 증폭시켰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명회 직후부터 이뤄진 날계란·물병 등 투척을 비롯해 차량 포위·추격전 등이 주민이 사전에 계획해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경찰관 등은 도심 곳곳에서 '사드배치 최적지란 없다', '사드 목숨으로 막자'는 등 과격한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 피켓이 바붙은 것 등도 '전문 시위꾼' 합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주민이 현장에서 사드 철회를 하지 않으면 안보내 주겠다고 했는데 말이 안되는 것 아니냐"며 "외부인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개입을 하니까 실질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만 말하는데 투쟁을 위한 것이라고 의심 된다.

그런 식으로 하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며 "접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이번 사안을 대립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성주 사람이 아닌 외부 인사가 집회에 참석한 것은 확인했다"며 "불법행위 여부를 파악 중이다"고 밝혔다.

(성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