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인사·재산 검증도 한몫…법조계 "이 지경 되도록 뭐했나" 비판
정치적 중립성·검찰권 공정성 시비 아닌 '개인비리'로 신뢰 위기 초래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인 진경준 검사장이 17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공익의 대표자'로서 수사·기소·재판·형 집행 등 국가 법 집행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검사가 개인비리 의혹으로 사법처리되자 법질서 확립과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이제까지 검찰 개혁 의제는 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막강한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 청와대·법무부의 검찰 인사 시스템 개선 등을 중심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검사의 일탈성 개인비리 성격이면서도 법무·검찰 조직이 이를 제 때 걸러내지 못해 '신뢰의 위기'를 자초한 점, 검사 개개인의 공정한 직무 수행에 의구심을 주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과거 논의와 성격이 다소 다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우선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청와대, 법무부, 공직자윤리위원회 등 정부의 검찰 인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노명선(58·사법연수원 18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사건은 검찰의 감찰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진작에 잡아낼 수 있었던 문제"라며 "내부 감찰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들이 재산신고를 누락했을 때 이를 경고하거나 징계할 수는 있지만, 재산 증감 이유까지 실사할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며 "윤리위가 재산 증식 과정까지 실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근(59·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도 "검사들은 다른 직군에 비해 쉽게 범죄 유혹이나 브로커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비리가 포착되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처럼 고위 공직자, 특히 검찰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외부 조직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검사 개개인의 인성 및 직업윤리 교육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노환균(59·14기) 변호사는 "검찰처럼 권한이 강한 조직은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 사후에 내부 감찰을 강화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법무·검찰 내부의 윤리교육을 강화해 검사 각자가 상시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검사의 본분을 되새겨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연수원의 역할을 강화해 검사 교육을 확대하고 부장검사가 부원 검사들의 멘토로서 모범을 보이며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검찰 선·후배가 서로 가르치고 배워가며 함께 성장해가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원로 변호사는 "진 검사장 사건은 검찰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개인의 일탈과 비윤리 문제라는 측면이 더 크다"며 "검찰의 권한과 역할을 감안할 때 강력한 내부 감찰도 필요하지만 검사 개개인의 윤리교육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개개 사건의 처리에만 몰입하지 말고 검사 교육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일탈을 예방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검찰 고위직 인사를 책임진 청와대와 법무부의 허술한 인사 및 재산 검증 시스템도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이번 사태를 키우는데 한 몫을 했다"며 "부실한 검증 시스템을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7일 새벽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18일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부 청렴 강화 대책 등을 논의한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황재하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