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명 인천공항 도착…"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비행기 인천공항 착륙 후 기내에 안도의 박수"
터키 군부의 쿠테타 시도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발이 묶였던 시민들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 후 헤어지기 전 포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터키 군부의 쿠테타 시도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발이 묶였던 시민들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 후 헤어지기 전 포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터키 군부 일부의 쿠데타 시도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발이 묶였던 우리 국민 110명이 17일 오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고기 승객들은 터키 항공편으로 이날 오전 6시 53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30분가량 입국 수속을 마친 뒤 몹시 피곤한 표정으로 공항 입국장으로 나왔다.

대부분이 유럽 나라를 여행하고 나서 돌아오는 승객들이었고, 간간이 유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승객들은 쿠데타 시도 소식이 전해졌을 때의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민국(24)씨는 "출발이 지연됐다는 알림을 보고 기다리고 있는데 총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안으로 밀려들어왔다"며 "공항이 군부에 점령당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심씨는 "우는 사람들도 있었고, 공항 안에 있는 벤치 등을 넘어뜨려 그 뒤에 숨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쿠데타를 시도한 반란군이 공항으로 진입하고자 할 당시를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권희원(27)씨는 "전투기 같은 게 날아다니면서 반란군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려 하자 승객들은 공항 건물 안쪽으로 뛰어들어가 바닥에 몸을 엎드렸다"며 "불안한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등 '패닉'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폭탄 소리에 총소리까지 들리고 나서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고 말한 한승훈(21)씨는 당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생각하기도 싫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0시간 안팎 동안 공항에 갇혀 있던 승객들은 한국에 도착하자 안도감에 환한 웃음으로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홍태효(56)씨는 "공항에서 폭탄 소리가 들릴 때는 벽이 진동할 정도여서 무서웠고 여자 승객들은 울기도 했다"며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할 때 기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승객들은 안전하게 귀국을 지원한 외교부의 대응을 칭찬하기도 했다.

홍씨는 "영사관 직원이 와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귀국하는 항공기를 알아봐 주면서 발 빠르게 대응해줬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을 태운 항공기가 도착하기 전 입국장은 가족을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전날 경남 진해에서 올라와 아들의 집에서 묵고, 새벽에 공항에 와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김미숙(56)씨는 딸의 모습이 보이자 "고생했다"며 "만나니까 반갑다"고 등을 두드렸다.

앞서 터키 군부 일부의 쿠데타 시도로 현지 공항 운영이 갑자기 중단돼 우리 국민 120여 명은 현지에 발이 묶였다.

이 중 제3국으로 환승하는 일부 승객을 제외하고 국내 귀국을 원한 110명은 모두 인천행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우리 정부는 주이스탄불 총영사관 관계자를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보내 우리 국민 보호와 귀국 지원 활동을 벌였다.

(영종도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