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 털어가는 압수수색, 한 해 7만건
검찰과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한 해 7만건에 가까운 압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은 보이스피싱과 증권사기 등 신종·첨단 범죄가 급증한 탓이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지나친 압수수색에 따른 대외 신인도 하락과 경영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한국경제신문이 대검찰청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검·경은 지난 3년간(2013~2015년) 20만6962건의 압수수색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5년간(2008~2012년)의 17만780건보다 많다. 현 정부 들어 연평균 6만8900여건의 압수수색이 이뤄져 이명박 정부 때(연평균 3만4000여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도 롯데그룹을 비롯해 대규모 압수수색이 잇달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가 불가피한 보이스피싱, 증권범죄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경이 경영 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직격탄’이나 다름없는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장에 적시된 내용과 달리 ‘싹쓸이’ 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는 서류와 컴퓨터 수첩 등을 모두 압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기업들은 후환이 두려워 항의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 압수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환부·가환부 제도’도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6만7519건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지난해 압수물 환부·가환부 접수 건수는 489건에 불과했고 이 중 223건은 기각됐다.

심은지/고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