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입니다. (영장을 보여주며) 압수수색을 해야 하니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 저쪽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주세요. 스마트폰은 그 자리에 두고 가세요.”

오전 10시께 A기업 재무팀 김모 과장(40)이 아침마다 열리는 팀별 회의를 마친 순간이었다. 수사관들은 순식간에 9층 재무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검찰은 증거 인멸에 대비해 전격적으로 ‘작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압수수색할 장소의 정보를 파악한다.

재무팀 직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하게 회의실로 이동하는 사이 수사관 10여명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김 과장이 손에 수첩을 들고 있는 것을 본 수사관이 고함을 질렀다. “그거 두고 가세요. 공무집행방해입니다.”

수사관들은 눈에 띄는 물건부터 벽에 붙은 포스트잇까지 살펴봤다.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 물건엔 번호를 붙여 박스에 넣었다. 불명확하면 담당자를 불러 설명을 듣기도 했지만 모호할 땐 대체로 압수품 목록에 포함시켰다.

김 과장의 컴퓨터 본체에 있는 각종 회계장부, 결제서류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디지털 복제장비에 꽂아 복제를 시작했다. 장비는 분당 최대 11기가바이트(GB) 속도로 4대의 컴퓨터를 한 번에 원본과 똑같이 복사해낼 수 있다. 동시에 화면도 캡처한다.

수사관은 김 과장에게 “시간상 모든 컴퓨터 화면을 복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를 검찰청으로 가져가는 데 동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경황이 없던 김 과장이 ‘알겠다’고 하자 컴퓨터를 통째로 가져갔다. 현장에 변호사가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데다 김 과장처럼 극도로 긴장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가져가는 데 동의하곤 한다.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무실 캐비닛과 서랍, 사물함 등이 텅 비었다. 검사는 압수수색 목록을 재무담당 임원에게 통보하고 자리를 떠났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