쑹야오밍 중국 상무부 상무참사관, 기시모토 요시오 일본 규슈경제산업국장,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조사실장,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 등 주요 인사가 12일 열린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 한·중·일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했다. 오른쪽 사진은 중·한 기업 비즈니스 상담회 모습. 한일경제협회 제공
쑹야오밍 중국 상무부 상무참사관, 기시모토 요시오 일본 규슈경제산업국장,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조사실장,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 등 주요 인사가 12일 열린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 한·중·일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했다. 오른쪽 사진은 중·한 기업 비즈니스 상담회 모습. 한일경제협회 제공
한경닷컴은 지난 12~14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서 열린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 현장을 취재했다. 그곳에선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15년을 이어온 끈끈한 한·중·일 경제협력의 힘이었다.

환황해 회의는 서해를 둘러싼 한·중·일 무역, 투자, 산업기술 협력 증진 등 동북아시아 3국의 경제교류 확대를 목표로 2001년 시작해 올해 15회를 맞았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만큼 이번 회의에선 정부 측 인사 발언에 눈길이 쏠렸다. 그러나 한·중 양국 대표는 3국 간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 측 대표인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조사실장은 13일 옌청시 영빈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중·일 3국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견인차가 돼야 한다”며 △상호 개방을 통한 자유무역 확대 △신성장산업으로의 경제협력 분야 확대 △전자상거래, 제3국 공동 진출 등 경제협력 수단과 방법의 다각화를 3국 간 협력 방향으로 제시했다.

쑹야오밍 중국 상무부 아주사 상무참사관도 인사말을 통해 “환황해 회의는 3국의 서해 인접지역 경제협력과 발전의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3국 간 다각적 지역협력 모델을 구축해 시너지를 내고 윈윈(win-win)하는 계기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경북 성주를 사드 부지로 확정 발표한 13일 오후 3시에 회의가 열렸으나 사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환황해 회의가 추구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3국 간 갈등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은 “사드 배치 같은 불안 요소에도 3국이 쌓아온 긴밀한 협력체계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탄탄한 경제적 협력 관계가 정치적·외교적 경색 국면을 풀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왕복 8~10차선의 넓은 도로가 인상적인 옌청은 잘 정비된 계획도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중 합작 산업협력단지가 이곳에 조성됐다. ‘중한염성산업원구’라는 한국어 표지판이 거리 곳곳에 걸렸다. 옌청은 공항, 항구, 철도의 입체적 교통·물류 인프라를 살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중심도시로 발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옌청산업원구에 있는 둥펑위에다 기아자동차 제3공장은 한·중 합작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15년 연간 생산·판매량이 61만5000대에 달했다. 전체 공정이 자동화돼 공장 안에선 일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12일 공장을 방문한 한국대표단 관계자는 “거의 모든 작업을 로봇이 하고 있다. 인건비 위주 노동집약적 산업의 중국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고 했다.

‘녹색·혁신과 개방·융합’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선 본회의와 한·중·일 대표단의 산업시찰을 비롯해 3국 국장회의, 환황해 비즈니스포럼, 산업단지·특구 협력포럼, 환황해 산·학·관 협력 대학총장포럼, 중·한 기업 비즈니스 상담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한국 90여명, 중국 170여명, 일본 60여명 등 300명이 넘는 대표단이 참석했다.

옌청=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