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불량 학자 아냐" 항변…다음달 12일 재판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하게 실험보고서를 써주고 대가를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기소된 호서대 교수가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유모(61)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은 학자로서 또 독성학회 권위자로서, 부정청탁을 받고 허위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할 양심 불량 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옥시에서 별도로 받은 돈은 정상적인 자문료라며 "실험 결과를 짜 맞춰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게 절대 아니다"고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적용 혐의에 대해선 "배임수재는 부정청탁이 매개돼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어떤 부정청탁이 누구로부터 어떤 방법으로 있었다는 것인지 공소장으로 알 수 없다"며 "묵시적으로 그런 청탁을 받았다는 건데 그런 정도만으로 피고인이 부정청탁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측은 실제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연구비를 받아 쓴 혐의도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 취득한 게 아닌 만큼 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들을 실제 참여한 것처럼 등록하고 인건비를 받은 건 대학에서 관행처럼 용인돼온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취득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연구용역비로 다른 연구용 장비를 구매한 부분도 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옥시 측에서 유 교수에게 부정청탁을 했는지와 자문료의 성격, 사기 범행의 고의 여부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정리하고 이날 공판준비 절차를 마쳤다.

첫 정식 재판은 다음달 12일 오후에 열린다.

유 교수는 2011년 말 실험 공간의 창문을 열어놓은 채 PHMG 유해성 실험을 하는 등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하고, 자문료와 진술서 작성 대가로 4천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제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연구비를 받아 쓴 혐의도 적용됐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