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처리업체 대표·농장주·공무원 등 22명 검거

위탁 처리비용만 200억원에 달하는 20여만t의 음식물 쓰레기가 멸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료로 만들어져 경기도와 강원도의 양계농장들에 수년간 공급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중 사료로도 미처 처리하지 못한 폐기물은 농장 인근에 불법 매립됐다가 폐수로 한탄강에 흘러들어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임모(54)씨 등 음식물 재활용처리업체 대표 2명과 강모(53)씨 등 농장주 3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다른 업체 대표와 농장주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준 지자체 공무원 9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음식물 재활용 처리업체 5곳은 서울·경기지역의 가정과 음식점 등에서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탁받아 멸균 등의 정상적인 처리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쇄작업만 한 뒤 이 중간 폐기물을 경기 양주·포천지역과 강원 철원지역의 양계농장 4곳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간 폐기물은 기준치 3∼4배의 카드뮴 중금속과 식중독균, 대장균, 이질균 등 유해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닭 사료로 공급됐다.

환경부는 탈수·멸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습식 상태의 사료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주요 원인이 돼 조류에 공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남은 폐기물은 가축 분뇨나 섬유판 톱밥과 혼합해 인근 농지에 퇴비인 것처럼 불법 매립·살포된 것으로 조사됐다.

파쇄작업 후 남은 음식물 폐수와 분뇨도 인근 하천에 무단 방류하는 등 이 같은 수법으로 2014년 1월부터 3년 동안 음식물 폐기물 20여만t이 불법 처리됐다.

이 업체들이 3년간 음식물폐기물 처리 위탁비용으로 지자체로부터 받은 돈은 2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들은 정상 처리절차를 모두 지킬 경우 처리비용이 t당 13만 원가량 들자,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농장주들은 업체로부터 t당 4만∼5만원의 처리비를 받고 중간 폐기물을 공급받았다.

이 가운데 한 업체는 자신 소유 토지(약 10만㎡)에 중간 폐기물 수만t을 불법 매립한 뒤 폐사 직전의 닭 수만 마리를 사들여 양계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까지 했다.

농장에 매립한 음식물 폐기물에서 생긴 폐수와 양계장 분뇨 또한 정상적인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방류돼 포천 추동천이나 영평천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 하천들은 한탄강에서 만난다.

이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 환경업무 담당 공무원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 행위 통보를 받고도 영업정지 등 단호한 처분은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과징금이나 과태료 처분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불법 매립된 폐기물을 제거하지 않았음에도 제거조치를 이행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업자들의 처벌을 덜어줬다.

또 음식물 폐기물을 파쇄하고 남은 폐수를 시청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반입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게를 축소 기재하는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식물 폐기물을 사료로 먹은 폐 닭과 폐 닭이 생산한 계란 등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공무원들이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았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