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자초지종 물으러 경찰서 갔다가 쫓겨나"…경찰 "진술서 요구했을 뿐"

새내기 여순경이 경미한 교통사고로 내부 감찰조사를 받은 다음 날 약물과다 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순경은 애초 어머니와 함께 휴가로 제주도에 갈 예정이었지만 감찰 조사 탓에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감찰조사에) 강압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면서 진상 조사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유족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전 0시 40분께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도로에서 동두천경찰서 소속 순경이던 A(32·여)씨가 차를 몰고 가다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출동 경찰관이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전날 술을 마셨던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29%로, 처벌 기준 미만 수치였다.

훈방 대상이다.

그런데 이날 오전 7시부터 동두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은 A씨에게 전화와 문자 세례를 퍼부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날 오전 7시 1분부터 8분까지 전화(연결 실패 포함) 3건과 문자메시지 1건, 오전 9시 58분부터 10시까지 전화가 3건이나 됐다.

청문감사관실에 출석한 A씨는 원래 이날 어머니와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21∼24일 휴가계를 제출한 상태였다.

휴가 중임에도 마지막 통화 후 1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께 A씨는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어머니에게는 갑자기 여행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고, 다음날인 22일 오후 4시께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이었다.

A씨는 평소 부정맥 질환이 있어 약을 복용해왔으나 이날은 실수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을 한 번에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 3년을 순경 공채시험에 투신해 첫 부임지에 배치된 지 불과 1년 반도 안 돼 벌어진 비극이었다.

A씨의 언니 B씨는 14일 연합뉴스에 "만에 하나 동생이 자살한 것이라면 어떤 외부적 압박이 있었던 것인지 알고 싶다"며 "작은 배려조차 전혀 해주지 않은 책임자들이 꼭 문책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자초지종을 알고 싶어 어머니와 함께 지난달 28일과 29일 경찰서장님을 만나러 갔는데 만나주기는커녕 다른 경찰관들에 의해 서장실에서 질질 끌려 나왔다"라며 "그날은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고 토로했다.

박주민 의원은 "사망의 배경에 하급 경찰관에 대한 무리한 감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잘못이 발견된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이뤄진 A씨 조사는 정식 감찰조사가 아니고 경위 파악을 위한 간단한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송윤환 동두천경찰서 청문감사관은 "경찰서 내 자체 사고 보고를 위해 A씨에게 서너 줄짜리 진술서를 작성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징계 건이 아니기에 감찰조사 대상도 아니고 본인이 휴가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두천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