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 경기전망지수 ‘58’로 사상 최악 기록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 관련업계로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 불안 고조

조선업의 위기가 조선기자재, 1차금속, 조립금속 등 지역 관련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제조업 경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조성제)는 14일 부산지역의 주요 제조업 35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3·4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응답업체는 180개사다.

조사에 따르면, 3분기 지역 제조업의 경기전망지수(BSI)는 ‘84’를 기록해 여전히 기준치(100)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전분기(89)와 비교해서도 5포인트 하락한 것. 3분기 지역 제조업의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경기전망지수(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회복을, 그 이하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지역 제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2011년 3·4분기 이후 줄곧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올 3분기 전망지수는 2014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 지역 제조업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고 상의는 분석했다.

이처럼 지역 제조업 경기가 불투명한 것은 조선업의 수주 위기가 조선기자재, 1차금속, 조립금속 등 지역의 주력업종들로 확산될 것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경기 둔화와 저유가 등의 기존 악재와 함께 최근 브랙시트로 인해 대내외 경기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문별로는 고용(80), 영업이익(81), 매출액(82), 설비투자(84) 등 전 부문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고용 부문은 조선과 해운업 전반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중소협력업체의 경영 위기가 예상돼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실제 고용 전망지수는 80으로 다른 경영 부문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중국과 신흥국의 저가공세, 원청업체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고부가제품 개발 부진 등으로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설비투자는 수요부진에 따른 설비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황으로 경영 내실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증가해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설비투자도 교체보다는 기존 설비에 대한 보수가 주종을 이룰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조선기자재(58), 1차금속(76), 조립금속(80), 자동차부품(95) 등 조사대상 전 업종에서 경기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조선기자재 업종은 조선사의 수주절벽이 현실화되면서 수주 잔량이 급감하고 있는 데다 경쟁국들이 자국 조선업 보호를 위해 기자재를 수직계열화 하고 있어 안팎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조선사들의 법정관리로 납품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자금난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조선기자재업의 경기전망지수는 58로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1차금속업도 조선, 자동차 등 연관산업의 수요 부진과 수출시장에서의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아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안정된 업황을 보여 왔던 자동차부품업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시한 종료, 신차출시 연기 등으로 완성차 판매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7월 완성차 업계의 파업이 예고돼 업황이 불투명하다.

지역 기업인들 대부분은 최근의 경제상황을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지역 기업인 76.1%가 ‘장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응답해 가장 놓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경기저점 통과국면’ 11.1%, ‘일시적 경기부진’ 10.6%, ‘회복세로 전환기’ 2.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3분기 주요 대외여건을 물은 결과, ‘중국 경기둔화’가 23.3%로 가장 많은 비중을 했다. 이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시장에 이상기류가 발생한다면 지역기업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임을 간접 시사하기도 했다.다음으로는 ‘유가 및 원자재가 변동’ 20.3%, ‘경쟁국 기술추격’ 18.3%, ‘환율변동’ 16.7%, ‘미 금리인상’ 15.8%, ‘신흥국 경제위기’ 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