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50여 일 전부터 병원서 치료받다가 암으로 숨져"
피해자들 "피해회복 아직 안돼…검찰 범죄수익금 환수수사 기대"


조희팔 사기사건을 벤치마킹해 8천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H방문판매업체 대표가 교도소 복역 중 암으로 숨진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10일 오전 2시 30분께 군포시 A병원에서 암 투병 중이던 안양교도소 재소자 남모(56)씨가 숨졌다.

교도소 측은 병원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 50여 일 전 남씨를 A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해왔다.

남씨는 8천억원대의 투자 사기로 지난해 9월 전주지법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남씨는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의료·운동기기를 구매한 뒤 회사에 위탁하면 1년간 구매액의 80∼90%를 수익금으로 준다"며 투자자 1만여 명을 모집, 8천19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전주지검은 남씨가 유사수신 사기범인 조희팔의 수법을 벤치마킹해 범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씨는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전주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올 1월 "중대한 범죄이고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의 형은 무겁지 않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남씨를 포함, 관련 사건 피고인들의 상소를 기각했다.

남씨 외에도 이 사건에 관련된 H업체 임원 5명에게 징역 4∼6년형이 선고됐다.

H업체 사기 피해자들 모임인 '해피모'는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씨가 숨졌다"면서 검찰에 낸 남씨 등의 범죄수익금 환수 진정사건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장익 해피모 자문단장은 "아직 피해액 8천억원 가운데 단 한 푼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기 피해자 중엔 지난해 8월 60대 여성이 3억원의 피해를 보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남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혹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까 불안했다"며 "하지만 지난달 검찰에 남씨 측근 등을 대상으로 범죄수익금 환수에 대해 수사를 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그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양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goa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