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련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유족들이 국가에서 손해를 일부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정은영 부장판사)는 12일 김 전 의원의 부인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총 2억6400여만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됐고, 재판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 안 되는 진술증거와 증명력이 부족한 증거들을 토대로 유죄가 인정됐다"며 "피고의 이런 공권력 행사는 위법한 수사를 통해 기본 인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불법 행위"라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배상액에 대해선 "망인이 이미 국가의 일부 불법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일부 회복한 사정이 있다"며 김 전 의원에 대해선 위자료 3억원, 인 의원에게는 1억원, 두 명의 자녀에게는 각 4천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 전 의원 유족이 재심의 무죄판결에 대해 형사보상금으로 2억1000여만원을 받은 만큼 이 부분은 위자료에서 공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 의원 등 유족에게 국가가 지급할 배상액은 최종 2억6000여만원으로 정해졌다.

김 전 의원은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회(민청련) 의장으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연행돼 20여일 동안 고문을 당하며 조사를 받았다.

그 후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돼 1986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고문 후유증 등으로 병상에 있던 김 전 의원이 2011년 12월 30일 사망한 뒤 아내인 인재근 의원은 이듬해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2014년 5월 국보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집시법 위반에 대해서는 면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연행 과정에서 영장 제시 등 적법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고, 협박과 강요, 고문 등 강요된 상태에서 진술이 이뤄졌다"며 "원칙을 어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그대로 확정됐다.

재심 결정 이후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해 지난해 2억1천여만원의 지급 결정을 받았고, 이후 추가로 1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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