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한장에 의지, 밥·반찬 섞은 식사조차 '하루 한 끼'

7살 어린애가 트레이닝복만 입은 채 한겨울 한 평 남짓한 화장실에서 달랑 매트 한 장만 깔고 3개월을 견뎠다.

식사는 그릇 하나에 밥과 반찬을 섞은 하루 한 끼가 전부였다.

계모로부터 락스와 찬물을 들이붓는 학대를 당한 끝에 숨진 뒤 암매장당한 평택 신원영 군의 숨지기 전 석 달의 생활이 재판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알려지면서 지켜보던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11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서 열린 '원영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인 계모 김모(38)씨와 친부 신모(38)씨의 양형에 관한 의견을 내면서 원영이가 갇혀 있던 화장실 사진을 공개했다.

화장실은 넓이가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으로, 원영이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달랑 바닥에 까는 매트 한 장이 전부였다.

계모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숨진 지난 2월 초까지 3달에 걸쳐 트레이닝복 상의에 속옷만을 입힌 원영이를 화장실에 감금해 두고 모진 학대를 가했다.

김씨는 원영이에게 하루 두 끼만을 제공하면서 기분이 나쁠 때면 화장실 청소 솔로 마구 폭행했다.

학대가 극에 달한 올 1월 중순부터 원영이의 식사는 절반인 하루 한 끼로 줄어든다.

검찰이 공개한 또 다른 화장실 사진에는 조그만 밥그릇과 은색 숟가락 하나가 눈에 띄었다.

김씨는 이 밥그릇에 밥과 반찬을 뒤섞어 제공했다.

원영이는 화장실 안에서 숟가락만 가지고 하루 단 한 번 허겁지겁 밥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같이 굶주림과 구타에 시달리던 원영이가 견디기 힘들었을 또 다른 고통은 바로 추위였다.

화장실 창문 한쪽에는 환풍기가 달려 바깥 공기가 그대로 유입, 화장실 안과 집 밖 온도가 거의 차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런 상태에서 점차 기력을 잃어 가던 원영이에게 올 1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락스 원액 2ℓ를 붓고, 이틀 뒤에는 찬물을 뿌리는 학대를 가한 뒤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

원영이가 숨져가던 날 평택의 온도는 영하 8도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원영이는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려 기아에 가까웠다"며 "원영이의 키는 112.5cm, 몸무게는 15.3kg으로 각각 하위 10%, 4%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영이의 사인은 만성 영양실조는 물론 이마 열창, 쇄골과 갈비뼈 등 골절, 전신에 락스로 인한 화학적 화상, 탈수 상태에서의 저체온증 등 복합적 요인이었다"고 했다.

또 "원영이를 방치해두고 게임을 하며 술만 마신 김씨와 신씨는 사망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택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