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횡령 화순 전남대병원 간부 구속…병원 자체감사 무용지물

국립대병원인 전남 화순 전남대병원 간부가 국가보조금 수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이 간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에 써야 할 혈세를 아내와 함께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숙박하거나 외식을 하는 등 온갖 생활경비에 썼다.

화순 전남대병원은 감사를 했으면서도 이러한 횡령 사실을 초기에 밝혀내지 못했으며 결국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가보조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 등)로 화순 전남대병원 전 국제메디컬센터장 A(58)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1∼2013년 41차례에 걸쳐 국가보조금 2억3천만원을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1∼2014년 이 병원 국제메디컬센터장으로 있으면서 해외환자 유치 선도 의료기술 육성사업 지원 사업을 총괄했다.

이 사업은 지역 병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화순군이 의료기술 확충 등을 위해 2010∼2015년 총 38억5천만원을 이 병원에 지원했다.

2011년 문을 연 이 병원의 국제메디컬센터는 통역과 국제의료보험이 통용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미국, 독일, 캐나다,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환자가 찾아와 건강검진과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물품 구매 계약서, 영수증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주 거래업체 6곳에 보조금을 집행한 뒤 이를 그대로 돌려받았다.

이 병원과 '갑을 관계'에 있는 거래업체는 보조금을 받고 이를 돌려달라는 A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A씨는 또 자신이 관리하는 보조금 카드를 생활용품 구입, 여행경비, 외식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부인과 함께 하룻밤 묵는데 150만원이나 하는 서울의 유명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하기도 했다.

또 보조금으로 1인당 5만원짜리 한정식을 사 먹었으며 의류, 화장품, 침구류, 컴퓨터를 구입하는데 썼고 택시비까지 냈다.

A씨는 보조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환자 유치를 위해 사용했다며 허위로 서류를 작성했다.

A씨를 비롯해 사무직원 2명, 간호사 1명이 이 센터에서 근무했지만 보조금 집행부터 관리까지 모두 A씨의 권한이어서 사용처를 알기 힘든 구조였다.

보조금을 지원한 복지부와 화순군, 병원은 자체감사에서 이같은 횡령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병원 측은 감사를 벌였으나 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복지부와 화순군은 정기 점검을 했지만 A씨가 작성한 허위 집행 서류에 근거한 조사만 벌여 위법을 적발하지 못했다.

경찰이 올해 초 병원을 압수 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벌여 이런 혐의를 밝혀냈다.

A씨는 2011년 광주의 한 병원에서 계약직으로 화순 전남대병원에 채용됐다.

횡령하는 와중에도 2013년 계약이 연장돼 계속 이 병원에서 근무했다.

횡령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지난해 말 해임됐고 경찰 수사를 받았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