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후보 등 연루자 총 14명 기소…관련법 제정 후 첫 선거부터 '얼룩'

김병원(63) 농협중앙회장이 올해 1월 농협 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에 못 오른 후보와 야합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농협 회장 선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법이 제정된 이후 첫 선거에서 부터 각종 불법 행위로 얼룩졌다는 사실도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김 회장을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1일 불구속 기소했다.

김 회장 등의 선거 부정에 연루된 13명이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에서 사건에 깊이 개입한 합천가야농협 최덕규(66) 후보 등 3명이 구속 기소됐고, 1명은 벌금형에 약식기소됐다.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된 김 회장 측 인사 2명은 수사 기간에 잠적해 기소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 측은 지난해 12월 최 후보 측과 "결선투표에 누가 오르든, 3위가 2위를 도와주자"고 사전에 약속했다.

김 회장은 1차 투표결과 2위로 결선에 올랐고,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출신인 이성희(67) 후보와 맞붙게 됐다.

3위에 그친 최 후보 측은 김 회장을 돕기로 했다.

최 후보 측은 결선 투표 당일인 올해 1월12일 차명 휴대전화인 '대포폰'을 이용해 '김병원을 찍어 달라. 최덕규 올림'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대의원 107명에게 보냈다.

김 회장과 최 후보는 선거 당일에 투표장 안을 돌면서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 후보와 별도로 김 회장은 대의원 17명을 상대로 선거 당일에 직접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은 투표 당일의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

불법 사전 선거운동도 적발됐다.

김 회장은 측근 인사를 동원해 작년 5∼12월 대의원 105명을 접촉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언론 기고문과 여론조사 결과를 다룬 기사 등을 대의원 등에게 문자로 전송한 혐의도 받는다.

위법한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회장은 외국인 명의의 대포폰을 사용했던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결국 1차 투표에서는 1위였던 이 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떨어지고 2위였던 김 회장이 당선됐다.

김 회장을 도운 최 후보는 검찰 조사에서 "전임 회장인 최원병씨의 측근 인사가 농협 회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가 김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선거 후 특정한 직책을 보장받는 등 '뒷거래'가 있었다는 단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선관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이후 6차례에 걸쳔 압수수색과 관련자 200여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22일 최 후보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달 12일이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검찰은 김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된 농협 회장 선거에서 여러가지 불법 행위가 빚어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