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협박·폭행으로 상대 의사 제압해야 성폭행 성립

가수 겸 배우 박유천(30)씨의 성폭행 피소 사건에 대해 경찰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하고, 박씨를 처음 고소한 여성 측에 공갈 혐의를 적용하기로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씨의 성폭행 피소사건 4건과 관련, "현재까지 수사상황으로는 강제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이 박씨에 대해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박씨와 고소여성들의 진술,주변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박씨와 고소 여성이 성관계를 했을 당시 폭력이나 협박 등의 상황은 없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형법상 성폭행은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협박·폭행으로 상대방의 반대 의사를 제압한 상태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했을 때 성립해, 통상 성폭행 수사에서는 폭행·협박 등 강제성 여부와 정도가 핵심이다.

수사기관은 협박·폭행 내용과 정도는 물론 사건 경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성관계당시와 그 후의 정황,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처했던 구체적 상황 등 모든 상황을 종합해 혐의 적용 여부를 따진다.

피해 여성의 의사에 반한 정황이 있었다는 정황만 갖고는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으며,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것을 뛰어 넘어서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폭행, 협박 등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하는 정황이 있어야 한다.

박씨를 고소한 여성들은 대체로 수사 과정에서 박씨와 성관계 도중에 박씨에게 싫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박씨가 폭행이나 협박 등은 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를 처음 고소한 여성 A씨의 경우 지난달 10일 박씨를 고소하고 며칠 뒤인 15일 "강제성 없는 성관계였다"면서 고소를 취소한 바 있다.

또한 일부 고소 여성들 가운데서는 박씨와 성관계를 하기 이전 스킨십 단계에서는 싫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여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성폭행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고소여성들 중 유일하게 증거를 제출한 첫 고소여성 A씨가 낸 성관계 당시 착용한 속옷에서 박씨의 DNA가 검출됐지만, 이는 성관계 유무만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이지 성관계 강제성 여부까지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었다.

반대로 박씨가 무고·공갈 혐의로 고소여성을 맞고소한 사건의 경우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박씨 측은 A씨와 A씨 남자친구, 사촌오빠 등이 고소를 빌미로 5억원을 요구한 정황이 있다면서 맞고소장을 냈고, 관련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도 제출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박씨 측과 A씨 측 사이에 1억원이 오간 정황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일부가 박씨 소속사 대표 측 등을 통해 A씨 측에 흘러들어간 사실도 확인했다.

박씨를 고소한 여성들에 대해 무고 혐의 적용 여부도 관심거리다.

경찰이 박씨에 대해 성폭행 혐의 무혐의 처분을 하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반대로 고소여성들의 무고 혐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고소 여성들이 단순히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해서 고소장을 냈을 경우 무고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렵지만, 피해가 없었음에도 일부러 고소했을 경우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은 고소 동기와 전후 사정을 고려했을 때 여성들이 실제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한 상태에서 박씨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판단되면 무고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