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 통일시대 경제 중심지…기능 지방이전 좋다"
'관광 선진국' 싱가포르 시찰…"서울, 도쿄·베이징과 연계 상품 만들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으로 통일시대에도 서울이 경제 활동의 중심지가 될 것인 만큼 다른 기능은 지방 도시로 옮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남아를 순방 중인 박 시장은 10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서울은 통일시대에도 중심으로서 역사적으로나 실질적인 경제 활동의 중심지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관습법적인 수도라고 한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다른 지방 도시도 살아야 하니 많은 기능을 가져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그런 것이 서울시에 위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가 수도 이전론을 제기하는 등 정치권 일각에서 수도 기능 문제가 떠오른 가운데 차기 대선판도를 겨냥한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다른 지방 도시와 경쟁해서 되겠느냐"며 "제조업 같은 것은 지방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
우리는 대신 외국 도시와 경쟁할 수 있게 중앙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력 산업으로는 R&D·관광·바이오 메디컬·엔터테인먼트 등을 꼽았다.
박 시장은 신청자를 접수 중인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는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비교적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고, 직권취소를 하면 곧바로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법정에 가면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이미 (시행이) 결정이 돼 홍보를 우리 혼자 할지, 보건복지부와 함께할지 나에게 상의하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해 놓고 뒤늦게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판사가 보기에도 지나치다고 판단하지 않겠느냐. 법은 결국 상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모집에 들어가 벌써 1천 명이 지원했는데, 원래 예상한 3천 명 지원이 다 끝나면 그쪽(보건복지부)도 부담이 많을 것이다.
성남시도 취소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박 시장은 태국 방콕에 이어 찾은 싱가포르에서 대표 명소인 마리나베이샌즈를 둘러 보고, 서울의 관광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이곳은 예약률이 97%에 달하고 직접 고용 인력만 9천 명에 이르는 대형 복합 리조트다.
박 시장은 "많은 여행객이 아시아에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지 않느냐"며 "도쿄·베이징과 함께 공통 상품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이날 지난해 타계한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李光燿) 초대 총리와 자신의 리더십을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싱가포르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적 리더십이 안정돼 있다"며 "혼란스러운 정권 교체가 없는 상태다.
약점이기도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에서는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권은 보편적'이라고 했고, 리 전 총리는 '나라마다 독특하다'고 했다"며 "나는 (인권에 있어서는) 김 전 대통령쪽 생각이지만, 리 전 총리가 만든 절제력과 규율이 있는 국가는 나름의 의미가 있고, 그것이 오늘날 싱가포르의 안정과 번영을 가져온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권위적인 면은 반대지만 내 리더십과 리 전 총리의 리더십이 굉장히 일치한다"며 "서울 시내 가로수 관리에 대해 내가 깨알같이 지적했는데, 리 전 총리도 그랬다더라"고 부연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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