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인력 활용은 32%뿐…"인사시스템 선진화 필요"

30대 회사원 A씨는 회사에 육아휴직 신청을 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떨떠름한 회사 분위기도 부담되지만, 무엇보다도 같이 일하는 동료와 부서장이 걱정이다.

힘들게 부서장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돌아오는 말은 "(육아휴직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데 A씨까지 휴직하면 너무 힘들다"는 말에 가슴이 턱 막혔다.

A씨의 친한 회사 선배인 40대 남성 B씨. A씨에게서 육아휴직 관련한 하소연을 들으면서도 마냥 A씨를 편들지 못했다.

'경기가 어렵다며 신입사원도 안 뽑는데, 충원은커녕 인원이 1명 더 줄어든다니…' 더 힘들어질 회사 생활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친한 A씨에 대해 속으로라도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원망스럽다.

육아휴직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엄마 혹은 아빠 직장인들은 육아휴직을 받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지만, 법보다 무서운 회사 내의 분위기가 육아휴직 신청을 막는 것이다.

10일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일·가정 양립제도와 서비스의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 회사는 전체 사업체의 58.2%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한 사람이 있는 곳은 전체의 29.9%뿐이었다.

일견 도입된 곳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쓴 근로자가 있는 사업체는 많지 않은 것이다.

육아휴직을 도입한 회사 중에서도 '언제든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인 곳은 절반을 조금 넘는 53.4%뿐이었다.

나머지는 신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동료 근로자의 업무부담 증가'(47.3%)가 꼽혔다.

법적으로는 육아휴직이 보장됐지만, 직장 내 분위기는 육아휴직을 반기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업주가 휴직자를 대신할 대체인력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 공백에 대해 '남은 인력끼리 나눠서 해결한다'는 응답은 절반 가까이인 46.3%나 됐다.

이런 상황은 육아휴직과 함께 일·가정 양립지원제도의 양축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사업체의 42.4%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단축된 근로시간으로 인한 동료직원의 업무량 증가'를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휴가·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해결하는 선진화된 인사운용 방식이 필요하다"며 해법으로 대체인력 사용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업무 공백으로 인한 부담을 동료 근로자들이 나눠서 지는 식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인사 체계를 고쳐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체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대체인력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절반 이상(55.5%)의 사업체가 대체인력뱅크를 모르고 있는 만큼 인지도를 높이고 우수하고 다양한 대체인력을 필요한 때에 중계하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