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유해성과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로부터 금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가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첫 공판에서 조교수 측 변호인은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거나 살균제 성분 유해성을 드러내는 실험 내용을 누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부 연구 보고서를 옥시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의뢰인인 옥시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용역 수행자로서 의뢰인이 받지 않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할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옥시의 의뢰 내용은 '가습기 살균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리서치(research·연구하다/조사하다)해달라'는 것"이라며 "검찰은 이를 '무해성을 밝혀달라'고 해석했는데,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교수가 교육공무원인 국립대 교수지만 독립된 재단인 서울대 산학협력단 직원 자격으로 연구용역을 수행했기 때문에 옥시의 연구용역이 공무원으로서의 업무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조 교수는 "열악한 조건에서 연구하는 동료 교수들을 모두 범법자로 몰아가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고 과장된 법리 적용"이라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조 교수는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거나 살균제 성분 유해성을 드러내는 실험 내용을 누락한 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옥시에 써준 혐의(증거위조)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서울대에 지급된 실험 연구용역비 2억5000만원과 별도로 1200만원의 부정한 금품을 옥시 측에서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은 조 교수가 교육공무원인 국립대 교수인 점을 고려해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 밖에도 조 교수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용역과 무관한 물품대금 56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조 교수에 대한 다음 재판은 18일 열린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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