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재심 결정이 내려졌지만 '삼례 3인조'는 웃지 못했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장찬 부장판사)는 8일 "최모(37)씨 등의 재심 청구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라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 유·무죄를 판단하게 된다.

최씨 등 동네 선후배 3명은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주인 유모(당시 76) 할머니의 입을 청색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254만원 어치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돼 각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삼례 3인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적장애인 데다가 많이 배우지도 못한 19∼20세의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재심 결정 직후 법정을 빠져나오면서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대했다.

최씨는 "솔직히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질 줄 알았다"라며 "다른 사람도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당시 경찰과 검찰을 비판했다.

임모(38)씨는 취재진이 질문하자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를 본 사건 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분들이 (좋은 소식에) 눈물을 흘리고 감격의 표정을 짓는 게 마땅한데 지금 그것을 못하고 있다"라며 "감정 표현이 익숙지 못한 분들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이들을 대했던 사법부는 얼마나 냉정했느냐"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검찰이 항고하면 재심이 오래 걸리는데 진범이 고백한 상황에서 검찰이 항고하겠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경직된 조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며 검찰에 항고 포기를 주문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 후 17년간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떨쳐내듯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