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약해진 면역력…아빠는 대상포진, 아이는 수족구병 주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무더운 여름에 활개를 치는 바이러스가 있다. 중년 이후 고령층에 주로 숨어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 환자가 늘어난다. 영유아는 콕사키,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이 늘면서 수족구병이 기승을 부린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두 질환은 여름철에 특히 환자가 많다. 대상포진과 수족구병의 특징과 예방법, 감염 시 주의해야 할 것 등을 알아봤다.

◆7~9월 환자 많은 대상포진

대상포진 환자는 여름에 가장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 결과 진료환자가 가장 많은 달은 7~9월이었다. 어릴 때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돼 수두 증상을 보인 뒤 바이러스가 신경절로 이동해 잠복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피부 등에 증상을 일으킨다. 무더위 속 냉방기를 가동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환자가 늘어난다. 대상포진에 주로 걸리는 연령대도 면역력이 떨어지는 50세 이상 성인이다.
무더위에 약해진 면역력…아빠는 대상포진, 아이는 수족구병 주의
대표 증상은 피부에 생기는 수포성 발진이다. 가려움증, 통증 등을 동반한다. 수포는 2주에 걸쳐 변하는데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나타난 뒤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가 된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하거나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한다.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한 환자도 있다.

이재철 반에이치클리닉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어릴 때 수두를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포진이라는 시한폭탄을 몸에 지니고 있는 셈”이라며 “평소 대상포진의 특징적 증상을 잘 인지하고 있다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72시간 안에 전문의 찾아야

대상포진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각종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치료가 늦으면 수포와 발진이 없어지더라도 2차 감염이 생기거나 강한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통증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 고령자의 약 30%가 통증증후군을 호소한다. 면역기능이 정상인 사람도 유병률이 7.9% 정도다. 대상포진 후 통증 증후군이 생기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불면증, 우울증이 생겨 일상생활은 물론 학업이나 생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골든타임 안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평소 대상포진의 증상을 알고 있다가 이상 증상이 있을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 초기 3~4일 정도는 감기몸살처럼 권태감,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때는 피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다른 질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대상포진이 단순 포진이나 발진과 다른 점은 바이러스가 침투한 신경절 부위에 따라 병변이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신경 줄기를 따라 퍼지며 증상이 한쪽으로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물집이 몸 한쪽에 띠를 이뤄 나타났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자가처치를 시도하다간 증상만 악화할 수 있다.

포진 발생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해 1~2주 정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이 심하다면 신경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병이 확장되는 것을 막고 이후 통증 증후군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는 체내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비타민D가 필요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2%는 비타민D 농도가 20ng/mL(정상치는 30ng/mL 이상)에도 미치지 못한다. 평소 야외활동이 적고 매일 선크림을 사용한다면 비타민D 섭취에 신경써야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20분 이상 햇볕을 쫴 비타민D를 합성해야 한다.

예방백신도 도움이 된다.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 발생률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도 40% 정도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홍성수 비에비스나무병원장은 “백신이 병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병에 걸렸을 때 통증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 환자수 가장 많은 수족구병

수족구병은 콕사키바이러스 A16 또는 엔테로바이러스 71과 같은 장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병이다. 여름부터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가을까지 이어진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수족구병이 6월 정점을 보인 뒤 8월까지 유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족구병은 0~6세 영유아에게 발병할 확률이 높다. 이지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수족구병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활 속 관리가 예방의 최선”이라며 “0~6세 영유아나 소아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 단체생활 중 집단 발병에 노출될 수도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족구병에 감염되면 손과 발 입안에 수포성 발진(물집)이 생긴다. 심하면 무릎이나 엉덩이에도 물집이 잡히고 고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수족구병은 독감이나 감기처럼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자의 타액, 콧물, 가래 등과 같은 호흡기 분비물이나 대변 등에 노출됐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장난감이나 수건, 집기 등 물건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정도로 전파력이 높다.

수족구병 중 엔테로바이러스 71에 감염돼 생긴 수족구병은 증상이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바이러스 잠복기는 3~7일이다. 식욕저하, 설사, 구토, 발열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고 뇌염, 무균성 뇌막염 등 신경계 질환이나 폐출혈, 신경인성 폐부종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예방백신 없어, 면역력 높여야

수족구병을 예방하는 백신은 없다. 예방을 위해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학교 등 단체생활하는 곳에서는 감염자가 생기면 바로 격리해야 한다.

대개 수족구병에 감염됐더라도 7~10일 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영유아 중 고열이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구토, 호흡곤란, 경련 등의 증상이 있으면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수족구병은 입안이나 입 주변에 물집이 수포가 생기는 특징 때문에 헤르판지나, 헤르페스 등의 질환과 혼동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도움말=이재철 반에이치클리닉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홍성수 비에비스 나무병원 병원장(내과 전문의), 이지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감염내과 과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