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어도 보험료 안내는 '무임승차' 피부양자 289만명
소득이 있는데도 국민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가 289만명(지난 5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259만명)보다 11.5% 늘어난 수치다.

국민건강보험의 느슨한 피부양자 제도는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불합리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재산이 9억원 이하이고 연금이나 금융 소득 등이 4000만원 이하인 경우 자녀나 형제, 부모의 직장 가입자 피부양자로 편입돼 보험료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지역 가입자는 이런 피부양자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불평등한 피부양자 제도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임대소득 595만원, 주택 1억5000만원, 1500㏄짜리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매월 16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연금소득 2820만원, 주택 3억원, 3000㏄짜리 자동차 등의 재산이 있어도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만 하면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제도를 악용한 피부양자는 계속 늘어가는 추세다. 2003년 대비 2014년 전체 건보 가입자는 6.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피부양자는 28.2% 늘었다.

노인인구 비중은 늘고 있지만 같은 기간 지역 가입자는 오히려 34% 감소했다. 소득이 있는 것으로 집계된 피부양자 수는 2013년 259만명에서 2014년 254만명, 2015년 280만명, 지난해 289만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소득 구간별로 살펴봐도 연 3000만원 이상 이자, 배당, 사업 등의 소득을 벌어들이면서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 이들이 8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2000만원 이상 소득자도 19만여명에 달했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 이들이 피부양자 제도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