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주민들 직장·가정서 안부 묻고 화제…"지진 안전지대 아닌듯"

한여름밤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다 난데없는 건물 흔들림에 공포를 느꼈던 경남지역민들은 6일 아침에도 직장과 가정에서 전날 밤 지진 체험담을 화제에 올렸다.

이날 회사나 관공서, 학교 등에 출근한 직장인들은 업무시작 전 삼삼오오 모여 각자 느낀 지진 경험담을 털어놨다.

시민들은 뉴스나 TV로만 봤던 외국의 지진피해가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서도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에 떨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 타지로 보낸 자녀들로부터 부모들 안부를 뭇는 전화나 SNS가 밤새 쇄도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창원시민 이모(43)씨는 "상가 9층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식탁에 쌓여 있던 사기 그릇이 '달그락' 소리를 냈고 건물이 좌우로 움직였다"며 "이 느낌이 지진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창원시민은 "모임에 참석해 술을 마시고 있는데 집에 있는 아내로부터 'TV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창원시청 한 직원은 "인삼주를 담아놓은 유리병을 스피커 위에 올려놨는데 갑자기 흔들려 바닥에 떨어질 뻔 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경남교육청의 한 직원은 "업무가 밀려 밤에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데 1층인데도 4~5초 가량 건물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전날 지진때문에 야간 자율학습을 중단할 정도로 소동이 났던 경남 양산 물금고 학생들은 이날 오전 일찍 등교했다.

지진이 발생한 울산과 가까운 이 학교는 지진때문에 전날 고3학생들을 중심으로 평소에 밤 10시까지 하던 야간 자율학습을 한시간 빨리 끝내고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교직원들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던 학생들 중 민감한 몇몇은 '악' 비명 소리와 함께 교실 밖으로 뛰쳐나올 정도로 지진강도가 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물금고 한 교사는 "앉아 있던 소파가 울렁거릴 정도로 진동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물금고는 학생들이 계속 불안해하자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문자서비스로 사정을 설명한 뒤 전원 귀가시켰다.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는 일단 지난 밤 발생한 지진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지진 발생 이후 오후 10시께부터 소방본부와 함께 비상근무에 나서 피해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지진 발생후 경남소방본부에는 643건, 창원소방본부에 620건, 경남지방경찰청 250건 등 경남에서만 피해신고 1천511건이 들어왔다.

지진 발생후 30분 이내에 신고가 쇄도했다.

피해 신고는 없었고 대부분이 "건물이 흔들렸다, 지진 아니냐"고 묻는 전화였다.

경남도와 소방본부 등은 혹시 있을지 모를 지진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5일 오후 8시 33분께 울산 동구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건물 흔들림 등을 느꼈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