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여성 "강정호가 호텔서 술 먹이고 성폭행했다"고 주장
MLB 사무국·구단 "수사에 적극 협조"…중징계 피하기 어려울 듯


미국 시카고 경찰이 코리언 메이저리거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성폭행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시카고 경찰청 케븐 퀴드 대변인은 6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 통화에서 "현재 강정호를 상대로 제기된 성폭행 범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며 "강정호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퀴 드 대변인은 신고자 신원 확인을 요청하자 "'성별 여성', '나이 23세'라는 사실 외에 인종 또는 출신국 등 상세 정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설사 알고 있는 내용이 있다 해도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강정호 사건'은 미국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 신문은 "강정호가 지난달 시카고 컵스와 경기를 위해 시카고를 찾았다가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강정호는 지난달 18일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패한 후 시카고 도심 번화가 미시간 애비뉴의 웨스틴 호텔로 해당 여성을 불러 술을 먹인 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범블'이라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강정호가 호텔로 불러 술을 권했고, 이후 15분에서 20분 정도 정신을 잃은 사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 웨스틴 호텔 인근에 있는 노스웨스턴대학 부속 병원을 찾아 성폭행 피해 증거 채취를 위한 검사를 받았고, 열흘 후인 지난달 말 경찰에 신고했다.

강정호는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파문은 이미 커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최근 이 사실을 접했다면서 "시카고 경찰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

수사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랭크 쿠넬리 피츠버그 구단 사장 역시 "강정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걸 확인했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인지했고, 경찰 수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면서 "다만 이 시간 이후로 구단과 선수 모두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정호도 사건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고 팀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강정호는 사건이 불거진 6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방문경기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해 중전 안타를 쳤다.

하지만 혐의가 확정되면 사법 처리에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2015년 8월 22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노조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아동학대 방지 협약'을 발표했다.

토니 클락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선수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 아들, 남자친구다.

어떤 폭력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는 대체로 가정폭력, 성폭력 등 사건이 일어나면 사법 처리가 나온 뒤 움직였다.

하지만 이후 어느 정도 혐의가 밝혀지면 사무국이 먼저 나서, 중징계를 내렸다.

여자 친구를 폭행한 의혹을 받은 아롤디스 채프먼(30경기)과 아내를 폭행한 호세 레예스(51경기), 실내에서 여성을 폭행한 엑토르 올리베라(82경기)가 중징계를 받았다.

채프먼과 레예스는 상대가 고소를 취하해 법적인 처벌을 면했음에도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강정호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혐의가 확정되면 방지 협약 발표 후 처음 '성폭력'으로 처벌받는 선수가 되는 불명예를 안는다.

사법 처리까지 받으면 장기간 출장 정지가 불가피하다.

사법 처리를 피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징계를 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출장 정지 기간에는 월급도 받을 수 없다.

강정호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고 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없앴다.

(시카고·서울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이대호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