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이라고 행정업무만 하나요?"
“법원장이라고 해서 행정 업무만 보란 법 있나요? 법관 본연의 재판 업무를 다시 맡는 것뿐입니다.”

민중기 서울동부지방법원장(57·사법연수원 14기·사진)은 5일 법원장이지만 일선 판사처럼 직접 재판봉을 잡겠다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법원장이 재판업무 일부를 맡거나 간단한 서면심리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단독판사로서 직접 변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민 법원장은 “판결문을 쓴 지 1년6개월가량 지나서 긴장된다”며 “이달 13일부터 내년 2월까지 직접 단독판사로 민사소액사건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법원장은 “올 하반기 해외연수와 육아휴직으로 판사 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업무 분담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소액사건 관련 재판을 맡기로 했다”며 “소액사건의 단독 업무를 다 하는 것은 아니고 3분의 1가량만 한다”고 말했다. 소액사건은 재판 당사자 대부분이 서민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민 법원장이 소액사건을 맡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시절 당시 법원장이던 이창구 변호사에 대한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민 법원장은 “당시 이 법원장이 법원장 업무를 하면서 민사소액사건을 담당했는데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민 법원장은 사법연수원 14기로, 1988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재판 업무에 전념해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행정(근로)과 형사사건을 맡았고 서울행정법원 노동전담재판부, 서울고등법원 행정부에서 근무하는 등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해 재판 실무에 능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2월부터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법원장을 맡고 있다. 민 법원장의 목표는 남은 임기 동안 상고율과 항소율을 줄이는 것이다. 그는 “전체적으로 항소율과 상고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글=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