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때 본인 확인 의무화해 오남용 막아야"

마약처럼 중독되면 자살 충동과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졸피뎀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졸피뎀은 잠을 깊이 잘 수 없어 일상생활조차 하기 힘든 수면장애 환자에게 자주 처방되는 약 중의 하나다.

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고 몸에서 빠르게 배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가 쇼핑하듯 의료기관을 돌면서 졸피뎀을 처방받을 수 있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약인 졸피뎀은 법규상으론 의사 처방전이 없으면 구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전에 처방받은 사실을 숨기고 추가로 다량의 약을 수령하는 중독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 분석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 병원 심리학과 교수는 "한 번에 28일 이상 처방은 금지돼 있지만 사실 환자가 의료기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졸피뎀을 구한다면 의사 입장에서 그 즉시 이전 처방 사실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처방기록이 남긴 하지만 일일이 기록조회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더욱이 한 달로 제한된 보험수가 적용을 무시하고 환자가 본인부담금으로 모든 졸피뎀 처방비용을 부담할 테니 그 이상 분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졸피뎀은 과다복용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이다.

호흡과 관련된 근육을 이완시켜 호흡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운전할 때도 갑자기 졸음이 쏟아질 수 있다.

판단력이 흐려지므로 평소와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시험, 회의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 탓에 이미 유럽의약품청(EMA)은 졸피뎀을 복용한 후 8시간 내 운전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부착하는 등 대국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임 교수는 "졸피뎀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의·약사의 복약지도를 환자 스스로 최대한 준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1주일에 2회 정도인 졸피뎀 적정 복용 횟수를 무시하는 환자가 있지만,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노환규 하니웰의원 원장은 "졸피뎀에 중독되면 마약만큼 끊기 힘들고 무엇보다 자살 충동과 환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관리제도 개선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호주처럼 포장 단위를 28일 치에서 14일 치 단위로 줄이고, 약품 설명서에 '블랙박스'(주요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검은 사각형으로 테두리를 둘러서 눈에 띄게 하는 조치) 처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심평원의 의약품 안심 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를 개선해 미국과 호주처럼 향정신성 약물은 의사가 환자의 이전 복용 이력까지 볼 수 있게 해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DUR은 의약품 처방·조제 때 의약품 안전성이나 환자에게 처방된 약품 정보를 의사가 온라인으로 실시간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향정신성의약품, 특히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품에 대해선 처방 때 본인 확인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는 건강보험증 없이도 진료받을 수 있고, 본인 확인이 의무화가 돼 있지 않아 가족이나 주변 사람 명의로 진료를 받고 졸피뎀을 처방받으려는 환자에게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하기에 껄끄럽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