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사고 잇따르자 각국 예방 캠페인…위험천만 셀카 자제해야

최근 전 세계 관광 명소에서 셀카(셀프카메라의 줄임말·셀피)나 사진을 찍다가 위험천만한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남들이 찍지 않는 위치나, 더 좋은 각도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려는 욕심 탓에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무리한 셀카나 사진 촬영을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국인 관광객이 페루 아마존 밀림 지역에 있는 곡타 폭포에서 사진을 찍다가 중심을 잃고 540m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실이 4일 알려졌다.

혼자서 배낭여행을 하다가 숨진 이 남성은 폭포 위에서 독일 관광객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9일에는 페루 중남부 안데스 산맥에 있는 잉카 후기의 유적지인 마추픽추에서도 독일 관광객이 셀카를 찍다가 추락사했다.

독일 국적의 올리버 파커(51) 씨가 출입제한 구역에 들어가서 셀카를 찍으려다가 300피트(약 91m) 절벽 밑으로 떨어져 숨졌다.

목격자들은 파커 씨가 절벽 위에서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으려고 뛰어올랐다가 중심을 잃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페루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사망하는 사건이 늘자 주 페루 대한민국대사관은 최근 누리집 공지를 통해 "주요 관광지에서 단순 실족이나 절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다가 숨지는 사고 발생하고 있다"며 "페루를 여행하는 우리 국민께서는 유사한 사건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남과 다른' 셀카 사진 욕심 탓에 운동선수가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인도의 크리켓 선수인 라빈드라 자데자(27)는 아내와 함께 멸종 위기 동물인 인도사자를 배경으로 찍은 셀카 사진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렸다가 사진이 급속히 퍼지면서 급기야 인도 산림 당국의 조사까지 받았다.

부부는 인도 구자라트의 기르 국립공원 및 야생보호구역의 사파리 체험을 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버스에서 내려 사자들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특히 이 사건은 인도 산림 당국이 사자와 함께 셀카를 찍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고한 지 며칠 만에 발생해 큰 관심을 끌었다.

아프리카 사자보다 몸집이 작은 인도사자는 2008년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돼 있다.

지난달에는 태국의 유명 관광지인 '콰이강의 다리'에서 셀카에 열중하던 일본 남성이 열차에 치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열차 선로가 지나는 다리 위를 걸으며 셀카에 열중한 나머지 뒤쪽에서 다가오는 열차를 감지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다.

심지어 열차가 여러 차례 경적을 울리며 경고를 했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SNS에서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새롭고 짜릿한 사진을 찍으려다가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포르투갈의 한 기차역에 전시돼 있던 조각상 문화재가 무리한 셀카 탓에 산산조각이 났다.

부서진 조각상은 16세기 중반 포르투갈을 통치했던 돔 세바스티앵 왕의 형상으로, 126년이나 된 문화재였다.

한 관광객이 셀카를 찍으려 조각상 옆쪽으로 올라간 뒤 사진을 찍는 순간 중심을 잃으면서 조각상과 함께 넘어져 버린 것이다.

이 관광객은 도망가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재판에 넘겨졌다.

무리한 셀카가 계속되자 '셀카가 상어보다 더 위험하다'는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IT(정보기술) 전문매체인 매셔블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셀카를 찍다가 사망한 사람은 최소 12명으로 상어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8명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는 지난해 "'SNS 좋아요' 100만 건도 당신의 생명만큼 값지지 않다"는 표어를 내걸고 각종 캠페인을 벌였다.

미국 공원관리 당국은 방문객들이 야생동물과 위험한 셀카를 찍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원출입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셀카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셀카를 올리는 게 유행하면서부터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는 셀카(셀피)를 201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