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로 알아낸 비번 누르고 안방까지 들어가 흉기 휘둘러
'치밀한 계획살인'…"못찾을 거라 생각해 인천으로 도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위층 노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30대가 두 달여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하남시의 한 23층 아파트 20층에 사는 김모(33)씨는 1년여 전 위층으로 이사온 A(67)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A씨 부부와 A씨 아들 부부 등 네 식구가 생활해 어린이는 없었지만, 어른들 발걸음 소리도 시끄럽게 느껴졌고, 주말에 A씨의 손주들이 놀러와 뛰는 일도 잦았기 때문이다.

올 3월 위층에 올라가 항의한 뒤에도 소음이 심하다고 느낀 김씨는 5월 잔인한 범행을 계획한다.

5월 중순께 인근의 한 마트에 들러 흉기를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 책상 서랍에 흉기를 숨긴 김씨는 한달여 뒤 서울 송파의 한 쇼핑센터에서 화재감지기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40만원 주고 구입했다.

1주일간 몰카를 숨기고 있다가 21층으로 올라가 천장에 설치한 김씨는 이틀 뒤 몰카를 떼어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언젠간 몰래 들어가 윗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려는 생각에서다.

결국 일은 이로부터 한달여 뒤 벌어졌다.

지난 2일 오후 5시 50분께 현관문 비밀번호를 직접 누르고 A씨 집으로 들어간 김씨는 안방에 누워 쉬고 있던 A씨 부부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어깨 등을 4∼5차례 흉기에 찔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A씨 부인은 복부 등을 4∼5차례 찔려 결국 숨졌다.

범행 직후 집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아파트를 빠져나온 김씨는 인근의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 전재산인 250만원을 찾아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은 특별한 연고가 없었지만, 인천에 숨어 있으면 서울이나 경기도보다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인천의 한 사우나에 숨어 지내던 그는 하루 반나절만인 3일 오후 10시 45분께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저항하지 않았고,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경비실을 통해 위층에 얘기하면 조금이라도 시정을 해야 하는데 '알았다'고 대답만 해놓고 무시하는 것 같았다"며 "위층 사람들이 아래층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이 계획 살인이었다는 사실에 따라 사건 경위에 대해 추가 조사한 뒤 살인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남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goa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