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서 무궁화호 낙석에 탈선…전주서도 낙석에 공장 지붕 파손
부산·충북 도로·주택 곳곳 침수…남부지방 '호우경보' 해제·장마전선 북상

장마전선이 4일 부산, 경북, 충남·북, 전북 등에 많은 비와 함께 곳곳에 피해를 남긴 뒤 점차 북상하고 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는 전날부터 100㎜ 넘게 비가 내리면서 낙석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축대가 무너지고, 도로와 주택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주말부터 장맛비가 이어진 탓에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낙석으로 열차가 탈선하고 공장 지붕이 무너지는 등 2차 사고도 이어졌다.

저지대와 상습 침수지역에는 주택이 물에 잠기고, 도로가 범람해 차량이 통제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부산과 전북 등 남부지역에 내려진 호우특보는 대부분 해제됐지만,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에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서 최대 300㎜ 이상의 강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 곳곳 낙석…열차 탈선·공장 지붕 무너져
경북 봉화에서는 장맛비에 낙석이 철로로 떨어지면서 무궁화호 열차가 부딪혀 탈선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께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에서 승부역 방향 영동선에서 무궁화호 1671호 열차가 탈선했다.

이 열차는 정동진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던 중 낙석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급정거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차 6량 가운데 1량이 철로를 벗어났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코레일 측은 열차가 무너져 내린 낙석과 부딪히면서 기관차 앞바퀴 2개가 궤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터널 입구에는 길이 1m 정도의 낙석이 여러 개 떨어졌으며, 기관차가 낙석을 들이받고 터널 안까지 밀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객차에는 42명이 타고 있었으나 부상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사고 이후 버스로 석포역으로 수송했다.

코레일은 긴급복구반을 투입해 탈선한 무궁화호 기관차를 견인하고 전차선과 선로 복구, 낙석 제거 등을 벌였다.

긴급복구반은 사고 발생 6시간만인 오후 2시,15분께 열차 운행을 정상화했다.

부산시 동구 초량동 쌈지공원에서는 이날 오전 8시,5분께 8m 높이의 축대가 붕괴해 토사가 도로와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쏟아져 내린 토사로 주차된 차량과 1t 트럭, 장애인 전동스쿠터가 매몰됐고, 인근 도로도 흙으로 뒤덮였다.

다행히 토사가 인근 주택을 덮치지 않았고, 도로나 주차된 차량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앞서 오전 7시께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한 콩나물공장 인근 절개지에서 낙석(1t 추정)이 떨어져 공장 지붕을 덮쳤다.

이 사고로 공장 지붕이 무너져 내렸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말부터 며칠째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져 낙석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복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잠기고 막히고 낙뢰까지'…도로·주택 침수에 낙뢰 화재
전국에 주말부터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하수시설 등에 문제가 생겨 도로와 주택 등이 물에 잠기는 피해도 잇따랐다.

100㎜의 비가 쏟아진 부산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침수 피해 신고가 23건이나 접수됐다.

오전 3시 6분께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 있는 한 빌라 하수관이 막혀 1층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3시 9분께 사상구 모라동의 한 빌라 1층이 폭우로 침수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오전 2시 35분∼오전 4시 사상구 엄궁동 활어회센터 등 건물 지하와 부산진구 부전동 등 지하 노래방이 물에 잠기는 등 호우로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2시 51분 동구 초량동 금수사 옆 주택에서 '하천이 범람할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오전 3시 21분께는 강서구 눌차동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토사가 집을 덮쳐 피신해 있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하상도로인 부산 동래구 온천동 세병교와 연안교 하부도로 차량통행은 오전 2시께부터 통제됐다가 5시간여 만에 재개됐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전북 군산을 비롯해 전주, 완주에서는 이날 오전에 주택 5채가 물에 잠겼다.

익산과 김제, 고창에서는 농경지 8.2㏊가 침수됐고, 부안 격포항에 정박 중이던 7.3t급 선박은 선내에 물이 차 가라앉았다.

전주와 장수에서는 비바람을 이기지 못해 가로수 5그루가 쓰러졌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군산시 산북동의 한 회전교차로 인근 200∼300m가 침수돼 도로가 통제돼 차량이 우회했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충북 청주에서는 청주 무심천 수위가 이날 오전 5시 20분께 통제선(70㎝)을 넘으면서 하상도로 전 구간이 통제됐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금구천 하상 주차장도 물에 잠기면서 침수된 차량이 견인됐다.

울산에서는 이날 오전 6시 40분께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지하 피트에서 낙뢰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지하 피트는 맨홀 형태의 공간으로 폭 1m, 높이 2m, 길이 250m 규모로 각종 전선과 케이블 등이 깔렸다.

불은 1시간 50분 만에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회사 측은 전력 케이블 등이 불에 타면서 변압기 생산 공장 등이 정전돼 조업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조업 차질 공장 근로자들은 일단 유급 휴무에 들어갔다"며 "최대한 빨리 전력을 복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낙뢰가 친 후 지하 피트에서 연기가 났다'는 목격자 말을 토대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 장마전선 '북상' 중부지방 피해 대비…최고 300㎜ 예상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피해가 컸던 남부지방은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전북 군산과 익산에 내려진 호우경보와 부산에 내려진 호우주의보는 이날 오전 해제됐다.

그러나 장마전선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세종, 대전, 충남·북, 강원 일부 지역에는 호우경보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또 서울과 인천, 경기에는 호우예비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6일까지 북상하는 장마전선에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내려 최고 300㎜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마전선은 오후 3시 현재 중부지방에 머물러 있으며, 남해안 일부를 제외한 지역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이며,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30∼80㎜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는 7일까지 장맛비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가 주말인 9일부터 남해 상에 장마전선이 활성화해 남부지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호 김근주 김준억 이승형 손대성 오수희 이승민 전준상 임채두 김진방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chin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