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석 손 놓고만 있나"…코레일 뒷북 대책 약속

올해 들어서 6번째 열차 탈선사고가 나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봉화 일대 영동선에선 가끔 산사태나 낙석으로 열차사고가 일어나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한 달에 한 번꼴로 탈선
올해 들어 전국에서 열차 탈선사고가 벌써 6번째 발생했다.

2월 16일 대구선 하양역 인근 선로에서 시설 작업 차량 1량이 궤도를 이탈했고 3월 11일에는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역 부근에서 화물열차가 선로를 벗어나 하행선으로 이탈하는 사고가 났다.

4월 22일 오전 3시 41분께 전남 여수시 율촌면 월산리 율촌역 인근에서는 27명이 탄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 1명이 숨지고 승객 8명이 부상했다.

기관차와 객차 4량이 탈선했고, 전라선 순천역과 여수엑스포역 구간 운행이 이날 하루 동안 전면 중단됐다.

또 5월 9일에 수도권 전철 1호선 서울 노량진역 구내에서 구로 차량기지를 출발해 용산역으로 가던 전동차 10량 중 2량의 바퀴가 선로를 벗어났다.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후속 급행열차가 지연 운행해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5월 25일에는 인천공항역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출발하려던 KTX 열차 바퀴 2개가 갑자기 선로를 이탈했다.

멈춰선 열차 때문에 인천공항역 인근 1개 선로만 이용할 수밖에 없어 인천공항역에서 서울역까지 한 번에 가는 공항철도 직통열차 운행과 이 구간 KTX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사고가 난 지 한 달여 만인 4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 인근 영동선에서 무궁화호 1671호 열차 기관차가 낙석과 부딪쳐 탈선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한동안 영동선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 근본 대책 없나
열차가 탈선한 원인은 여러 가지다.

여수 율촌역 사고는 기관사 과실 때문으로 드러났다.

신탄진역 화물차 탈선사고는 바퀴가 규격보다 작고 강도도 떨어져 운행 중 파손된 것이 원인이었다.

기관사 과실이나 검사 부실에 따른 사고는 결국 코레일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4일 경북 봉화 무궁화호 탈선은 선로 주변 산에서 떨어진 돌 때문에 발생했다.

코레일 측은 "선로로 떨어진 낙석을 기관사가 발견해 급정차했으나 낙석과 접촉해 궤도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이 열차는 정동진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던 길이었다.

봉화 석포역에서 승부역 방향으로 달리다가 굴현터널 입구에서 기관사가 낙석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낙석과 부딪쳐 기관차가 궤도를 벗어났다.

기관사가 앞 방향을 주시하고 있던 덕에 낙석을 보고 제동할 수 있었다.

만약 전방을 제대로 안 보고 달렸다면 승객이 탄 열차까지 탈선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코레일은 낙석 원인을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 때문이라고 밝혔다.

봉화에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86.5㎜의 비가 내렸다.

봉화 석포면은 이 기간 152㎜를 기록했다.

4일에도 오전 11시 현재 97㎜가 쏟아졌다.

나흘 사이에 2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봉화 일대 영동선은 험준한 지형 탓에 산사태나 낙석에 따른 사고가 가끔 발생했다.

1995년 7월 10일 오후 10시 20분께 영동선 승부∼석포역 사이 선로 20ｍ가 산사태로 묻혀 영동선 열차 운행이 5시간 30분가량 멈췄다.

2002년 8월 7일에도 폭우로 승부∼석포역에 산사태가 나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재해라며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비가 오더라도 철도 주변에서 산사태나 낙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우고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현상(43)씨는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나서 열차가 못 다니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겠으나 코레일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대비했다면 국가기간시설인 철도와 열차에서 사고가 나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봉화 사고 현장에는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방지 펜스가 있음에도 돌이 철로로 떨어졌다"며 "안전을 중시해야 하는 만큼 이런 사고가 없도록 철저하게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봉화연합뉴스) 이승형 손대성 기자 haru@yna.co.kr,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