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무더기 기소…조합 회원사끼리 관급공사 들러리 투입·고의 유찰

건설용 콘크리트 기둥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공공기관 발주공사의 구매 입찰 과정에서 조직적인 담합을 벌인 혐의가 드러나 무더기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이준식 부장검사)는 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모(61)씨와 업체 관계자 등 6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들러리 입찰' 등의 방법으로 담합 입찰해 총 1천360차례에 걸쳐 낙찰금액 합계 약 6천563억원의 이득을 본 혐의를 받는다.

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은 PHC 파일과 콘크리트 전주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모임이다.

조합은 회원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담합에 나섰다.

조합의 요청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한 PHC 파일 구매 입찰에는 2006년부터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었다.

PHC 파일은 원심 성형법으로 생산된 고강도 콘크리트 기둥으로, 지반이 약한 곳에 아파트 등을 지을 때 지지 역할을 하기 위해 박는 구조물이다.

회원사들은 입찰공고액 10억원 이상은 조합 명의로 참여하고, 그 이하는 공동 수급체나 개별 회원사 명의로 참여하되 일부 회사가 '들러리'를 서줘 낙찰 예정사가 계약을 따내도록 합의했다.

각종 조찬이나 대표자협의회 등을 통해 납품단가, 낙찰예정사와 '들러리 회사' 등이 결정됐다.

서울지방조달청이 2014년 10월 발주한 충남 한 아파트 건설공사 PHC 파일 구매 입찰에서는 이사장 이씨가 운영하는 S사 등이 포함된 공동 수급체가 조합 명의로 투찰했다.

정상적인 경쟁입찰인 것처럼 위장하려고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세웠고, 들러리사는 약간 높은 금액을 써내 결국 조합 명의로 22억7천여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무응찰, 단독응찰, 예정가격 초과로 계약을 유찰시킨 뒤 경쟁 대신 수의계약 방식으로 바꿔 특정 업체가 계약을 따내도록 하는 방법도 사용됐다.

지방조달청장 출신으로 2012년 조합에 합류한 강모(62) 전무이사는 그해 6월 제주의 골프장 등에서 서울지방조달청 과장에게 입찰과 관련한 편의 제공을 부탁하면서 130여만원의 골프 접대와 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도 있다.

조합 박모(55) 전략기획실장은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회원사들이 공동구매하는 자재 납품단가를 실제보다 높게 통지해 9억원가량 빼돌린 혐의(사기)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